중독, 심리학으로 바라보다
후각은 동물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는다. 특히 동물들은 냄새를 통해 낯선 침입자를 확인하기도 하며, 또는 냄새를 구분함으로써 길을 잃지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서도 후각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좋은 향기를 맡으면 좋은 감정을 갖게 되며, 유독한 냄새를 맡았을 때에는 가스가 새는지를 확인하여 위험을 감지하기도 한다. 공간 내의 냄새를 맡음으로써 공간이 주는 감정과 느낌을 갖게 된다. 우리의 코는 1조 개에 달하는 냄새를 1000개가량의 수용체로 구분을 한다. 바나나는 350개의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커피는 800개의 분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세상은 다양한 분자와 다양한 냄새로 가득 차 있다.
뇌의 중격 영역 아래에 위치한 앞으로 돌출된 부위가 있으며, 이것이 후각신경과 연결된 후각망울이다. 후각망울은 후각로로 이어져 측두엽의 후각영역으로 들어간다. 후각은 편도체와 중격영역에 신경축삭을 뻗어 감정에 대한 행동 반응을 일으킨다. 편도체와 중격영역은 해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과 기억이 신경회로를 통해 연결되는 것이다. 후각망울이 변연계와 이어져있다는 것은 냄새가 감정으로나 기억으로 저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후각과 이어진 뇌 경로의 정보들은 중독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답해주고 있다.
독일의 뒤셀도르프 대학교의 생물 및 사회심리학과 교수 베티나 파우제(Bettina M. Pause)는 우리가 평소에 후각적 정보를 의식하지는 않지만, 후각은 뇌가 인지, 감정, 기억 기능을 수행하는 데 기반이 되며, 외부를 이해하는 데 시각만큼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담배에 중독된 사람들을 깊게 살펴보면, 담배에 불을 붙이기 전 종이 냄새와 니코틴 냄새, 그리고 담배 피우는 공간과 사람들이 가져다주는 냄새를 맡게 될 것이다. 담배에 불을 붙인 후의 냄새와 담배를 입에 머금고 들이킨 후에 폐를 거쳐 다시 내뱉으며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는 냄새, 각성 효과에 의한 긍정적 반응, 이 모든 것이 연합하여 냄새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세세하게 의식하지 않겠지만 어떤 기억의 형태로 자리 잡아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다. 눈으로 보이는 정보가 다는 아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냄새에 의해 기억을 하기도 하며, 냄새에 의해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만약 특정 음식에 중독된 사람이 중독으로 벗어나기 위해 참고 있다고 했을 때, 음식 냄새를 맡게 되었다면, 냄새로부터 새겨진 감정과 기억이 뇌를 지배하여 통제력을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음식의 향과 공간이 주는 냄새는 사람에게 감정을 일으키고 과거의 추억을 재소환하기도 한다. 마치 섬광 기억처럼 그 순간, 과거에 새겨졌던 감각들이 다시 살아나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새해에 다이어트를 결심하여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가 이러한 것이다. 중독과 관련된 사람, 사물, 물질, 공간 등의 냄새를 맡게 되는 순간순간들이 유혹거리가 될 수 있음이다.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듯 강렬한 냄새, 익숙한 냄새, 좋은 냄새에 중독이 되었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냄새에 의한 감정과 기억이 마음에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중독의 행위를 자주 하였던 장소, 중독을 함께 했던 사람,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 등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것이다. 이들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냄새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새 중독에 다시 이끌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길 바란다.
인스타그램:gogeon_writer
Email: loveuni98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