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태홍 Nov 01. 2024

컴퓨터 이야기- 인텔 i5 10세대 PC 중고부품 조립


고장 난 애즈락 마더보드(B85M Prp4)를 들고 있다가, 그것을 버리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된 칩셋 부분만 교체할 수 없을까? 그런데 이 부분은 메모리 카드처럼 쉽게 바꿔 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어디다 재활용할 수는 없을까?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치 어떤 한 도시의 길거리 모습처럼 섬세하기도 하고 웅장하기도 합니다. 방안 한쪽에 걸어둘까? 아니면 꽃밭 한쪽에 세워둘까? 그런데 비가 오면 뭔가 오염물질이 흘러내릴 것만 같습니다. 결국 눈 딱 감고, 재활용 봉투에 집어넣어서 버렸습니다. 누군가 손에 들어가면 재활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메인보드가 없는 컴퓨터만 하나 달랑 남았습니다. 당연히 작동은 불능이고 쓸모없고 의미 없는 고철 덩어리입니다. CPU, 하드디스크, 메모리, 전원은 모두 아직 쓸만한데 메인보드만 똑같은 걸로 사서 다시 설치할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에 좀 더 빠른 것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둘러보니 조립컴퓨터라고 해도 속도가 빠른 것은 100만 원, 150만 원까지 합니다. 인텔 i5 12세대는 50만 원, 13세대는 60만 원 정도 합니다. 그러면 중고 부품을 최소한으로 사서 남은 부품과 함께 조립하면 얼마나 들까? 


중고로 나온 부품 중에는 수명이 짧고 위험한 것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부품은 잘못사면 문제만 일으키다 결국 못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웬만하면 3, 4년은 쓸 수 있겠지. 한번 사서 고장 나지 않고 10년씩 쓰는 것도 좋지만 신품의 절반 가격으로 몇 년 쓰고 버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중고를 선택하는 가난한 사람의 변명일 수도 있지만, 컴퓨터가 오랫동안 좀처럼 고장이 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자기가 쓰는 컴퓨터가 좋다고만 생각하면서 한 10년 사용하다 보면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가한 날 용산 전자상가에 나들이를 갔습니다. 중고 부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을 둘러보고 곳과 가격 협상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제시한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2024년 10월 초순 가격임)

1. CPU - 인텔 i5 - 10400F : 110,000원

2. CPU 쿨러 : 5,000원

3. 메인보드 - 기가바이트 H410M HD3P : 55,000원

4. 비디오카드 - GTX 650(1G) : 40,000원 

5. 메모리 - DDR4 16기가 : 50,000원

총합계 : 26만 원(부가세 별도)


모든 제품이 중고입니다. 다나와 사이트(www.danawa.com)에 들어가서 비교해 보니 현재(2024.10.31) 똑같은 제품으로 최대한 싸게 살 수 있는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CPU - 인텔 i5 10400F + 쿨러 포함 : 약 120,000원

3. 메인보드 - 기가바이트 H410M HD3P : 약 60,000원

4. 비디오카드 - GTX 650 : 약 30,000원 

5. 메모리 - DDR4 16기가 : 약 40,000원

총합계 : 약 25만 원(부가세 별도)


1만 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거의 부품만 따로따로 중고로 사서 조립한 것과 같습니다. 이 상점으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중고 부품을 한꺼번에 사서 조립한 이점은 다음과 같이 많습니다. 


1. 부품을 조립해서 가져갈 수 있고 조립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2. 문제가 생길 경우 1주일 안에 가져가면 다시 바꿔준다.

3. 집에 가서 부품 조립 시 문제가 생길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4. 부품이 중고지만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부품이다.

5. 한 곳에서 모두 구입하므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부품을 조립할 때 가장 문제는 어떤 부품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냐는 것입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어떤 사람은 컴퓨존(https://www.compuzone.co.kr/)에 들어가면 부품 조립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하여 들어가 봤는데 너무 많은 조합이 있어서 쉽게 알 수가 없었습니다. 또 하나 문제는 조립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혼자서 끙끙대다 보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한 가게에서 한꺼번에 부품을 사면 아무래도 그 가게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한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고로 산 CPU는 인텔 i5 10400F, 코멧레이크 S입니다. 2020년 6월에 나온 것으로 이제 겨우 4년이 지난 제품입니다. 소켓 1200을 사용하고, 6 코어 12 스레드이며, 기본 클럭이 2.9 GHz, 최대 클럭은 4.3 GHz입니다. 메모리는 DDR4를 사용하며 최대 128GB까지 확장이 가능합니다. 내장 그래픽은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그래픽 카드가 있어야겠지요. PCIe 버전은 PCIe3.0입니다. 내장그래픽 있는 것을 찾았지만 그 중고 가게에는 없었습니다.


한편 기가바이트의 메인보드 H410M HD3P의  성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보드는 인텔 10세대 지원이 가능하지만, 11세대 지원은 안된다고 합니다. 소켓은 인텔 1200입니다. 소켓이란 CPU소켓, 혹은 CPU슬롯이라고도 부르는데 CPU를 꼽는 소켓을 말합니다. 동일한 소켓일 경우 i3, i5, i7, i9의 10세대와 펜티엄과 셀레론 사용이 가능합니다. 칩셋은 H410을 지원하며 규격은 mATX 형입니다. 이 말은 메인보드(ATX)가 작다(micro)는 것입니다. ATX는 인텔이 정한 메인보드 규격입니다.


메모리는 DDR4, 최대 2개까지만 가능하며, 확장슬롯으로 PCI Express x16 slot이 1개,  PCI Express x1 slot이 2개 있습니다. 이 PCIe(PCI Express)는 고속데이터 전송용 연결 단자를 말합니다. 그래픽 카드를 끼우거나 M.2 NVME SSD를 연결하는데 필요합니다. 저장 관련 장치는 M.2용 1개, SATA용 커넥터 4가 있습니다. 그래픽은 D-Sub, DVI-D, HDMI 등 여러 가지 지원이 가능합니다. USB 3.2는 4개, USB 2.0/1.1은 6개의 포트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마더보드에 CPU, 메모리카드를 꼽고, 비디오카드를 설치하여 테스트를 했습니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가져와 마더보드가 고장 나 망가진 컴퓨터를 열고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PC 본체를 열고 마더보드를 설치했습니다. 혹시 보드의 나사 구멍과 본체의 나사 구멍이 서로 다르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모두가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척척 잘 들어맞았습니다. 다음은 각종 전선을 연결합니다. 컴퓨터의 전선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왼쪽 사진을 보면 사각형을 두 개 그려놨는데 오른쪽 사각형은 전원에서 나온 전력선(파워 전원 케이블)입니다. 전력선은 색이 노란색과 붉은 색등으로 울긋불긋합니다. 왼쪽에 그린 사각형안에는 전력선 외에 검은색의 얇은 선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 선들은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신호선입니다. 


전력선 중에 중요한 선이 3개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의 오른쪽 원은 24핀 메인보드 전원을 꼽은 것이고 왼쪽 원은 CPU전원을 꼽은 것입니다. CPU전원 커넥터(연결단자)은 대개 8 핀인데 핀의 케이스(커넥터)에 CPU라는 글자가 쓰여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그래픽 카드 전원이 있는데 왼쪽 사진의 왼쪽 사각형 안에 그래픽 카드에 연결된 커넥터의 노란색 선이 그것입니다. 



가게에서 부품을 살 때, 그래픽 카드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카드의 위쪽(오른쪽 사진의 붉은 동그라미 안)에 전원 케이블을 연결해야 작동하니 꼭 주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설명을 들었는데도 집에 와서 조립할 때 빼먹고 조립하여 컴퓨터를 켜니 화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해체하고 재 조립하는 수고를 했습니다. 그래픽 카드에 연결하는 전원 케이블의 연결 단자에는 PCI-e라는 글씨가 쓰여있습니다. PCI-e에 들어가는 전원이라는 뜻으로 그래픽 카드(왼쪽 사진)를 보면 아래쪽에 있는 단자들 모음이 PCI-e입니다. 앞서 소개한 마더보드 사양에 '확장슬롯으로 PCI Express x16 slot이 1개'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슬롯에 비디오카드를 꼽는 것입니다. 



전원 케이블을 3군데 다 꼽고 CPU 팬을 설치했습니다. CPU 팬에는 전선이 달려 있습니다. 왼쪽 사진을 보면 녹색과 노란색으로 되어 있는 가느다란 선이 있는데 이 선에 연결된 커넥터을 마더 보드의 CPU-FAN이라 쓰여 있는 곳에 꼽습니다. 또 사진의 아래쪽에 팬이 하나 보이는데 이것은 본체에 붙어 있는 팬으로 샤시(sash) 팬이라고 불립니다. 샤시팬에서 나온 선의 연결단자는 CHA-FAN이라 써진 곳에 꼽습니다.


다음에는 신호선을 연결합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여러 개의 신호선 다발이 위쪽에 보입니다. 검정색으로 된 케이블입니다. 이중에 중요한 것이 3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가운데의 네모 표시 안에 보이는 파워(전원) 관련 신호선이고 다른 하나는 USB관련 신호선, 즉 사진의 맨 오른쪽 네모 안의 신호선입니다. 사진의 맨 왼쪽 네모에는 스피커 선이 있는데 이것을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머지 하나 또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본체 정면의 오디오(이어폰, 마이크) 관련 단자에 연결되는 선입니다.



어찌어찌해서 이렇게 조립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비디오 카드에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서 모두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하면서 그것을 발견하고 연결해서 부팅을 해보니 윈도우가 잘 작동이 되었습니다. 


선이 어지럽게 보이는데 이렇게 정면에서 보이는 선들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뒷면으로 숨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선들은 케이블 타이로 묶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선들이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서 컴퓨터 내부의 온도를 올리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선 하나하나의 위치가 컴퓨터 작동 성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음 사진들은 본체 뒷면으로 빼낸 불필요한 선들을 찍은 것입니다. 이렇게 뒤로 빼낸 뒤에 뒷 쪽의 덮게를 덮으면 됩니다. 뒷면의 덮게가 왜 불룩하게 생겼는지 뒷면 선들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컴퓨터는 살아서 움직이는, 요즘 우리 시대 과학과 기술의 결정체입니다. 컴퓨터를 조립해 보면서 갖게 된 생각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컴퓨터 이야기 - 안녕... 애즈락 보드 B85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