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 일주일의 기록 - 개인의 문제이기만 한 것일까?
제도의 맹점이 보인다. 중소기업청의 청년전세대출(버팀목 대출)을 받아 이 건물에 거주하는 청년이 아들 포함 3명, 다시 말하면 피해자 10명 중 3명이 동일 케이스인 것이다. 아들은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청년대출로 입주가능 한 방을 물었고 이 건물을 추천받은 후 대출 승인을 거쳐 입주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인중개사-은행-한국주택금융공사. 어느 단계에서도 앞서 전문가들이 서류를 보고 제기한 문제가 걸러지지 않았다. 심지어 은행 담당자를 공인중개사로부터 소개받았단다.
먼저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주택공사는 요즘 ‘내 집이 나의 힘’ 이란 광고를 방송 중이다. 대한민국에서 집이 지닌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단순한 안식처, 기쁨을 제공하는 힘이 아니라 계급(?)을 드러내고 욕망을 키워가는 일종의 사다리로서 작동하는 집의 의미 말이다. 여기, 최소한 3명의 청년은 욕망의 대상 말고, 내 몸 하나 편히 누일 소박한 의미의 그 ‘집’을 향한 첫걸음에서 심하게 넘어졌다. 최소한의 안식처, 햇빛 드는 작은 방을 원했던 젊은이 3명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붙여준 보증, 그 말이 만들어낸 상징을 믿었고 덕분에 타고 오를 사다리의 첫 칸이 무참하게 끊기는 경험을 했다.
‘전세대출보증’이라는 표식을 만들 때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점검은 했는가? 정책은 최선의 효과부터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군가를 안심하게 한 그 말이 만들어낼 스펙트럼을 분석했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런 점에서 좌절과 고통, 세상을 향한 분노만 남게 된 젊은이들의 이 상황이 단지 개인의 판단 잘못이기만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제공한 그 보증이란 말은 나중에야 알게 됐는데 대출한 은행에 우선 변제하고 대출자에게 나중에 청구해서 대출금을 회수해 간다는 의미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리 감독해야 할 중소기업청. 청년전세대출을 실시하면서 이 제도의 효과와 문제점을 분석했을 것이다. 이 정책이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들을 보호할 어떤 안전망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안전건물 리스트, 전세보증보험 동시 가입 조건화 등이 빠르게 생각해 낼 수 있는 제도였을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냈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고 말하지 말길 바란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더 깊은 물속에 처넣은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때이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도로가 심하게 훼손돼서 넘어졌다면 그것을 관리하는 관리 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세상이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전자레인지에 고양이를 넣고 돌리지 말라는 상식을 넘어서는 경고 문구도 붙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나 중소기업청은 버팀목청년전세대출 정책을 시행하면서 어디까지 설계하고 준비했는가? 대출을 담당한 은행은 불완전 실행을 한 것은 아닌가?
정부는 최근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면 수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내년 전세만기 이후 조금 나아진 상황이 되어야 결혼도 고려 대상으로 삼았을 내 아들에게는 이제 너무 먼 꿈이 됐다. 함께 이 사건을 겪고 있는 청년 두 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포영화처럼 시작하는 인생에서 이 청년들이 무엇을 희망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안겨준 쓰디쓴 선물이 왜 생겨나는지, 이를 막을 방도는 없는지, 방법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며느리 맞을 희망을 잠시 접는다. 정부 역시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결혼할 3쌍의 젊은 청년을 잃었다고 본다. 그러니 이것이 개인이 온전히 담당해야 할 문제이기만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