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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 마리오 Nov 11. 2023

아들 손 잡고 폭풍 속을 지나는 중

프롤로그

브런치 작가가 됐다.  그런데 기쁘지 않다. 큰 숙제라도 받아 든 학생 마냥 아득하다. 내 깊은 무의식에는 브런치스토리의 거절을 핑계 삼고 싶은 ‘무엇’이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세상에 흔적 남기지 않고 떠나기를 외치며  ‘쓰기’는 없는 삶으로 버텼다. 살만했던 거다. 안으로 고이는 생각을 어쨌든 견디고, 숨 쉴 수 있었던 것이었으므로. 


지금은 내 삶에서 맞닥뜨릴 일 없을 것 같던 사건과 마주치며, 삶이 변곡점을 지났다. 한숨으로 해결되지 않는, 혼잣말로 견뎌지지 않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결국 말할 곳을 찾게 했다. 혼잣말이라도 크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얼굴 맞대고 누구에게도 말할 용기는 없으면서 이 공간은 나를 알아볼 사람 없을 것이라는 이 어처구니없는 확신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문제는 브런치스토리를 둘러보고 분류 카테고리를 살펴봐도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속할 구석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모두 단정하고 화사하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 정말 가득~하다. 톨스토이가 안나카레니나 첫 문장에서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다고 하더니 브런치스토리는 햇빛 환히 잘 드는 '저쪽' 공간이었다. 이 따뜻한 공간에 때로는 속 터지고 문맹 수준으로 바보스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괜찮은 것일까, 혼자 우물쭈물거리는 중이다. 용기백배해서 극 내향, ‘대문자 I’ 형을 극복하고 길을 나섰는데 정작 지금은 작가 입문을 허락받고도 열흘 넘게 숙고 모드이다.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불행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그럼에도 시작한다. 더 지체하다가는 첫발을 못 내디딜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굳게 한다. 큰 전제는 아둔했던 이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타산지석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음을 밝혀둔다.  최근 아들과 폭풍 속을 함께 지나는 중이다. 전세 사기. 아니 아직 사기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지만 어쨌든 아들은 영혼을 탈탈 털렸고 전세금도 완전 날릴 상황이다. 곧 경매가 시작되고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빈손으로 그 방을 나오게 될 예정이다. 그 건물에 함께 입주했던 10여 명의 청년들도 형편이 마찬가지란다.


처음에는 놀랐고 다음엔 분노했다가 지금은 자책 모드다. 무심했거나 무모했거나 무식했던,,, 그래서 아들 고생시키나 싶어 내 탓을 입에 달고 깊은 구덩이에 들어앉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들과 헤어지며 한 약속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 함께 즐겼던 게임, 슈퍼 마리오처럼 잠시 헤매더라도 통통 튀어 오르며 기어이 모험을 완성하는 시간으로 살아가겠다고. 그러니 아들도 힘내서 이 시간을 멋진 생의 전환점으로 만들라고 당부했다.

브런치스토리는 슈퍼 마리오로 살기로 한 약속을 잊지 않는 방편으로 선택했다. 암중모색, 좌충우돌이 불 보듯 뻔한 앞으로의 시간을 기록하며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터널의 끝에 서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브런치스토리가 더듬거리는 한 걸음을 떼놓을 때 놓치면 안 되는, 손에 움켜쥔 줄 같은 것이길 바란다.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조만간 브런치스토리 닉네임도 슈퍼 마리오로 개명할 예정이다.


이야기는 처음 아들의 사건을 알고 당황하고 분노한, 숨 가쁜 일주일 동안 급하게 쓴 네 편의 글을 다음 주에 연달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그 일주일, 머릿속을 시끄럽게 하던 수많은 생각들을 추스르며 이곳저곳 묻고 도움 받을 곳을 찾아다니면서, 법 앞에 무력하고 이미 지친, 그 마음을 다시 굳건히 하고자 썼던 글이다. 휘몰아치는 바람 같은 마음이었으므로 글은 거칠고 신파조이겠으나 그대로 가져간다. 지금은 건물주와 관련한 정보가 업데이트되었으나 큰 틀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사이 알게 된 정보들로 앞날이 더 암담해 보여도 이후의 글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이없는 웃음이라도 섞어가며 정리할 계획이다. 물론 지금도 한 생각에 잡히면 불안과 두려움이 몰려오고 부동산, 전세란 단어에도 가슴이 두근거려 집중이 어렵지만 그래도 계획으로는 일주일에 한 편씩, 징검돌을 놓듯 글을 써가며 50주를 지날 생각이다. 어느 시인은 사람 사는 길은 물이 흘러가는 길이라 노래하던데 내가 가야할 이 길의 뜻을 물어가며 그 시간을  흘러가면 태산처럼 무거운 이 사건이 종결되고, 아들도 나도 평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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