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Nov 14. 2023

돈 많은 이작가의 어느 은밀한 취미

2028년 11월 10일 금요일 어린아이처럼 뛰놀고 싶은 그런 화창한 날

 빗방울도 미끄러져 내려갈 듯한 비단결 생머리에 바람 불면 날아갈듯한 여리 여리한 몸매. 지나가는 남정네가 보면 침 질질 흘릴 것 같은 세련된 외모가 아닌 뽀글 머리에 몸빼바지를 입고 촐싹거리는 걸음걸이로 신나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돈은 많고 그 사실은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바람은 가족과 펀드매니저를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하고 어떻게 생겼는지 늘 궁금해하는 돈 많은 이작가. 바로 나다.

"음하하하하"


3년 전에 쓴 일명 한국판 해리포터가 포텐이 터졌고 전 세계 출판사들과 계약이 이루어졌다.  각종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는데 전부 거절하고 은둔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한 간에는 "병이 있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성격이 지랄 맞다. 등"  나뭇잎처럼 무성한 소문들이 가득하지만 오해다. 그저 에너지가 부족하여 멀티가 안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싫어할 뿐이다. 그래도 늘 기사를 검색하며 읽고 즐거워하는 은밀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영화로 제작한다고 하고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까지만 들었다. 출연배우들은 모르겠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세영 배우가 나왔으면 좋겠다. 5년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읽고 쓰기와 평소 틈틈이 공부해 둔 재테크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지지리 운도 없고 돈 복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글쓰기가 주는 경제적 자유는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다.




오늘은 매우 뜻깊은 날이다. 평소 인생 대박 나면 하려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행에 옮겼다. 바로 서울 신사동에 큰 빌딩 하나를 매입한 것. 이 빌딩은 앞으로 보육원을 퇴소하고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우산이 되어 줄 것이다.  폭우가 쏟아져도 태풍과 눈보라가 불어닥쳐도 절대 휘어지거나 꺾어지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우산말이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나와 같은 동기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와  레드카펫의 주인공이 되어 주변의 진심 어린 박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이 건물에서 마법을 부릴 예정이다. 적어도 보육원 퇴소 후 10년 동안은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그 후에는 진짜 독립이 이루어지는 곳.  2023년 10월 13일 금요일 그날의 나비효과가 이 빌딩에서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하드웨어는 갖춰졌으니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한담?  하이브나 JYP엔터테인먼트 회사들처럼 다방면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겠다. 먹거리가 중요하니 식단은 전부 유기농으로 무상 제공되고 상담, 교육, 금융, 법, 문화등 각 분야에 전문가를 두어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탈바꿈되도록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명강사들을 모셔 특강을 진행할 예정인데 강사는 스승 이은경 선생님을 시작으로 조교님,  브런치 2기 동기작가님들로 구성이 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정체를 밝힐 수 없기에 미안한 마음을 강사료로 대신해야지. 이들이 있었기에 계속 글을 쓰며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으니 참 고맙고 든든한 벗들이다.




대략적인 소프트웨어도 구상이 된 것 같고 오늘은 여기까지.  앞으로도 정체를 들키지 않고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언더보스처럼 건물 청소부가 되어 볼까? 카페직원으로 변신할까? 다 필요 없고 내가 가장 잘하는 부스스한 머리에 안경하나 걸치고  몸빼바지 입고 늘 그렇듯 매일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좋겠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니 이 은밀한 취미를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스톱! 이제 피곤이 몰려온다. 오늘의 일기 끝.



(상단 사진출처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아점작가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