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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Nov 10. 2023

[T!p] 음악 레슨 일지 쓰는법

피아노 진도카드의 업그레이드




악기를 하는 분들 혹은 성악이나 보컬을 배우시는 분들 모두 실력을 늘리기 위해 그룹레슨을 받기도 하고, 개인레슨이나 마스터클래스를 참여하기도 한다.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분들이나 레슨을 하고 계시는 분들은 모두 아래와 같이 생긴 진도카드를 기억할 것이다.



진도카드의 목적은 아직 자기주도 학습이 되지 않는 학습자에게 반복연습을 시키며 실력을 향상시키고, 진도카드를 채움으로 학습자가 성취도를 느끼게 하는 용도로 쓰인다.

여기서 말하는 학습자라는 건 대부분 5세 아동부터 최대 12-13세 아동까지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실제로 13세 이후는 청소년으로 진도카드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또한, 음대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하거나, 대학교에 진학해 전공을 하고 있는 학습자들에게 진도카드를 들이미는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 레슨 일지 쓰는 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레슨일지라는 말 자체가 어색하지만, 이 일지로 인해 레슨 이후에 무얼 연습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습해야하는지 등 선생님/교수님이 말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으로 실력이 늘게 만들어준다. (물론, 일지를 잘 쓰는 만큼 연습량이 따라와줘야 한다.) 더욱이 이 레슨일지는 음악을 공부하는 "오답노트" 같이 활용 될 수 도 있다. 그러니 이 포스트를 본 레슨받는 학습자/ 혹은 레슨을 주는 지도자 모두에게 유익한 내용이길 바란다.



레슨일지의 주된 내용

"레슨일지"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사람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히자면, 그저 일기를 쓰듯이, 알림장을 적듣이 매 레슨이 끝난 후 어떤 곡을 어디만큼 레슨 받았는지, 어떤 코멘트를 받았는지, 다음 레슨엔 어떤 것을 준비해서 가야하는지 등을 적는 것이다.

레슨일지의 시작은 간단하게 날짜를 적는 것으로 시작된다. 날짜를 적었다면 그 다음은 슨을 받은 곡들을 적어준다. 대부분의 악기레슨을 받은 사람들은 대충 레슨의 시작은 스케일이라는 걸 알것이다. 손을 풀어주는 것들, 그리고 연습곡, 다음엔 연주곡을 레슨받을 것이다. (기본적인 레슨 방식이라는것이지, 모두가 이런 레슨법을 따르진 않는다)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피아노 레슨을 받아본 분들은 알것이다, 피아노 선생님은 항상 하농>체르니/소나티네>소곡집/모짜르트/베토벤 등 이런 순서로 레슨을 보셨다. 그와 같이 레슨일지에 레슨 받은 순서대로 적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중요한 내용은 각각의 곡에서 어떤 부분에서 어떤 지적을 받았는지, 어떻게 고치면 된다고 들었는지 적어준다. 혹시나 선생님/교수님이 더 특별하게 신경써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곳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적어주고, 또한 특정부분에서 더 깊은 설명을 하시거나 다음 시간에 완성해오라고 했던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도 적어서 노트로 만들어준다.

레슨 내용을 다 적었다면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다음 레슨엔 어디까지 어떻게 연습할건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레슨일지를 적는 것의 중요한 포인트는 레슨을 받았다라는 기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레슨을 받은 이후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레슨 이후 고민없이 생각없이 연습해야하는 부분은 당연히 있다. (스케일이나, 음색, 테크닉적인 부분) 그러나 레슨 이후 고민하며 연습한다면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당연지사이고 더욱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며 연주하기 쉬워질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레슨일지의 예시는 아래 사진과 같다.
(일지가 영어로 작성된 점에 대해선 양해를 부탁한다. 내가 영어로 레슨을 받으니 적는것도 영어로 적는게 편해서 이렇게 작성했지만, 한국에 있을땐 한국어로 작성했었다.)






레슨을 한 후 시작되는 고민을 적은 일지


레슨일지를 적으면서 중요한 부분이 레슨 받은 후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일지를 적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 또 다른 레슨일지를 가지고 왔다. 일지에 적힌 것 중 중요한것은 교수님께 받은 코멘트 뿐만 아니라 레슨을 받으면서 스스로 "이 부분은 더 연습 해야겠다" 생각한 곳이 있다면 아낌없이 레슨일지에 적어야 한다. 

레슨을 받으면서 우리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머리로 분석하고, 몸으로 따라가는 이 세박자가 함께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이 연습하는 방법과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엑스트라로 더 들어가게 된다. 레슨일지는 그 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머리에서 분석하기 어려운 것들을 적음으로써 내 몸이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느끼고,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음 레슨 일지는 내가 직접 고민하던 부분을 레슨 받은 이후 적은 것이다.


위의 일지에서 보이다 싶이, 레슨 받은 순서나 곡에 대해선 아주 짧고 간단하게 적혀 있지만 어려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그려가며 어떻게 연습할지 고민했었다. 문제는 박자였다. 어려웠던 이유도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반주해주는 피아노와 다른 박자이기 때문에 내가 엇박으로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피아노도 메인 연주악기도 둘다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음악이 빠른 템포였다. 그렇기 때문에 강약을 조절해서 연주하는게 아주 중요했다. 그걸 위한 박자 표시였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알고 있는 것들이었고 박자감각이 있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피아노 반주가 들어오니 엉망진창이 되는 걸 보면서 또 한 번 정리하기 위해 레슨일지에 받아 적었다. 이와 같이 적고 일지를 덮은것도 아니었다. 이 후 일지를 보면서 반복연습을 했다. 그래서 다음 레슨에서 같은 부분을 틀리지 않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다.


위의 일지를 읽어보면 레슨 받은 곡은 3개인데, 아래 부가설명이 정말 많다. 이 자잘한 부가설명은 역시 모두 레슨 이후에 작성된 것이다. 


레슨도 수업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레슨을 받을 때 이 일지를 챙겨 들어가서 악보에 적을 수 있는건 바로 표시하고 한곡이 끝난 후 다음곡으로 넘어가기전 잠시 간단하게 일지에 기록하는 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억을 다 할 수없다. 기억을 더듬어 학생일 때를 생각해보자, 학생이 수업에 들어가면 노트를 펴고 수업 내용을 적지 않는가. 그와 똑같다. 들어갈때 연필/펜과 노트를 잊어버리지 말고 꼭 가지고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다시 일지로 돌아와서, 아래 일지에 음표와 같이 적인 것들은 모두 스타일에 관한 내용이다. 저때 준비하던 곡은 바로크 시대 곡이었기 때문에 바로크 스타일을 따라가야 했는데, 그렇게 스타일을 접목시켜 연습하고 준비했던 것이 처음이었어서 꽤나 어려움을 격었었다. 바로크 시대의 곡은 쉼표가 없어도 음과 음 사이에 쉼표처럼 스페이스를 많이 줘야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플룻을 불 때 배에선 계속 에너지를 서포트 하되, 바람을 조절해야했다. 그렇게 나에게 어려운 파트들을 적어 내려가면서 교수님이 했던 코멘트들을 추가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당연히 있다. 그저 악보에 써내려가있던 대로만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생각하고 소화해서 연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지쓰는 것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본인에게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레슨일지쓰기 요약

레슨일지 쓰는 것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충분한 설명이 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 더 요약해보려고 한다.

1. 준비물 : 노트, 연필/펜
> 연필을 추천한다. 썻다 지웠다 할 수 있는 게 크게 도움이 된다.
> 나는 음악노트를 썼는데, 그냥 일반노트를 쓰는것도 괜찮다. 내가 음악노트를 쓴 이유는 그냥 저렇게 악보를 작게 나눠서 그리고 분석하기 쉬워서이다.

2. 방법
1) 레슨하기 전 노트에 날짜와 레슨 받을 곡을 순서대로 적어놓는다.
2) 레슨 받으면서 간간히 기록한다.
3) 레슨 후에 나와서 바로 기억을 기록으로 정리한다.

3. 일지 내용
- 레슨 받은 곡들
- 레슨 받은 곡 중에서 선생님/교수님이 코멘트 한 부분
- 다음 레슨까지 준비해야할 것들
- 안되는 부분들에 대한 정리 혹은 분석


작은 팁을 하나 더 주자면, 이렇게 레슨 일지를 적고나면 궁금한게 꼭 생긴다. 음색이나 호흡을 쓰는것, 혹은 작은 디테일들에 관한 궁금증 등, 레슨 해주시는 분께 물어보면 정말 좋아하신다. 그분들이 좋아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렇게 한개라도 더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 다른 악보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오면 덜 힘들게 넘어가게 된다.

연습은 힘들다. 그래서 이렇게 일지를 쓰는것이 부담이라고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레슨일지 덕분에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게다가 돈 주고 배우는 악기인데, 그 돈 주고 산 레슨시간을 헛되게 보낼 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더 이 레슨일지가 귀하고 값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레슨 일지를 쓰는 만큼 연습도 힘들게 해야한다. 하지만, 이 일지를 쓰는것이 연습을 더 도와준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고 정말 확언하고 싶을정도이다. 그러니 부디 다른 분들도 레슨일지를 써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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