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를 때 벚꽃이 드리웠다
오늘부터 작은 내가 좋아했던 모든 이들에게 편지와 작은 일화를 써보려고 해.
아직도 웃겨 내가 그 아무것도 모를 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생각했다니.. 참 내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순수하고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내가 자랑스럽기도 해.
처음 알게 된 건 유치원이었어. 정말 그때는 여자 남자라는 것을 잘 모를 때였는 데, 그때 무엇을 안다고 사랑을 논했는지. 참 순수했다.
초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었지. 친구라고는 아무도 없었어. 쉬는 시간이면 교실에 앉아있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어 그래서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 숲 속으로 향했지. 그곳은 무척 조용했어. 소리를 질러도 노래를 불러도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세계였거든. 오로지 들리는 것은 새소리. 그곳에서 나의 세계를 만들었어. 학교에 등교를 하면 말할 친구가 없었던 어린 소녀는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은 흔한 일이었어. 숲 속으로 가서 그 단내를 조금 덜 나게 할 뿐이었지. 집으로 돌아가면 폭포수처럼 단내들을 뱉어버렸어. 집에서는 말이 많고 시끄럽고 말썽쟁이인 소녀였지. 그 속에서 너를 찾은 거야. 사실 지금 그 소녀를 기억하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칭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소녀가 사랑이라 했으니 사랑이라 하기로 했어. 소녀는 외로웠지. 항상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찾으려고 다른 친구들의 행동을 따라 했었어. 벗어나지 못하니 주저앉아 매일 아침 등교 하기 전에 현관문에서 울었지. ‘오늘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 가기 싫어요. 아니면 제가 엄청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면서 주저앉아 매일 땅을 팠어.
그런 사이에 네가 들어왔지. 아직 기억나 그중 친절한 네가, 아주 작은 친절함이 너를 보게 만들었지. 그 소녀에게는 친구가 없었는 데 유일하게 친절하고 착하게 대해주는 건 너였어. 그 시절에는 그게 뭐라고 그 소년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는지 말이야. 그 친절함이 소녀는 고개를 들어 소년을 바라보았고 그로 인해 좋아하게 되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절이 너무 필요했던 소녀여서 그때의 소년인 너를 좋아했던 것 같아. 소년은 다른 친구들과 다르지 않게 그 소녀에게도 대했는 데 말이야.
그래서 이리 그때의 소년에게 편지를 써보려고 해.
“그때의 소년에게
안녕? 난 그때 작은 소녀야. 작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리 오랜만에 편지를 적어. 이제는 소녀가 아닌 여자가 되었지만 그때의 작은 손이 얼마나 기억에 남는지 몰라.
그때 그 소녀는 매일 아침마다 세상이 망하길 빌었고 매일 울었어, 그래도 그 작은 너의 손으로 그 소녀는 항상 주저앉지는 않게 되었어. 아직도 기억해. 그 작은 손을 꺼내 주어 그 소녀는 어느 순간부터 작은 세상을 만들고 일어서려고 노력했는지. 고백은 아니야.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서 이리 글을 써. 지금은 우리 서로 정말 좋은 친구지. 항상 너에게 하는 말이 있어. 넌 착하다고. 그때의 그 착함이 지금의 여자가 되어주게 한 것도 있어. 소녀는 매일 자신이 미래에 없을까 봐 절망적이게 편지를 자주 썼었거든. 그럼 이 편지가 너에게 닿기를 기대하며 마무리할게. 아! 그걸 알아줘. 크면서 서로 다른 길과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커서 만난 소년은 여전히 착하고 누구에게 손을 먼저 꺼내 줄 정도로 용기 있는 소년이라고. 너의 그 손이 어느 소녀를 일으켜 세웠다는 것을 알아줘. 정말 고맙고 또 보자 소년“
이 편지가 너에게 닿기를 바라. 너에게 얻은 것이 많아 정말 고맙거든. 그때의 소녀는 이러한 절망 속에서 벗어나게 해 준 고마움을 좋아함, 사랑으로 표현한 것 같아.
그럼 먼 훗날 다시 만나자 작은 소년!
그럼 다음에는 모든 흑백 속에 파묻혀 무엇도 보지 못할 때 작은 세상을 열어 준 그녀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정말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될 거야.
그러니까 따뜻한 차와 버터쿠키를 준비하고 읽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