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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게 Nov 13. 2023

죽고 싶지 않지만 떡볶이가 (끝없이) 먹고 싶어억!

단식과 폭식 양다리녀의 최후는?

키 (반올림) 160cm, 몸무게 4n~5nkg 왔다 갔다.


내 몸은 제삼자가 보기에 꽤 날씬한 편이다.

내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말하면, 열이면 아홉은 그럴 필요 전혀 없단 반응인데, 옷으로 교묘히 숨겨놓은 내 빵빵한 배를 본다면 아홉 중 여덟은 분명 꽤 놀랄 것이다.


옷을 벗고 내 몸을 바라보면, 유독 빵빵하게 부푼 배가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아담한 체형과 전혀 어우러지지 않아 존재감이 더 도드라진다. 신체 부위들 중 거기만 장르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화풍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동물원 미어캣 무리에 껴있는 얼룩말 한 마리처럼 아주 뜻밖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면 상상이 되려나.. 

 

배가 고프나 부르나 늘 볼록 나와있는 둥실한 모양새가 웃기기도 하고

지방으로 꾸욱 눌린 ㅡ자 배꼽을 보면 어딘가 처연해 슬프기도 하고,

유독 많이 먹은 날은 이러다 정말 빵! 터지는 거 아닐까. 내 내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 무섭기도 하다.


언제부터 나의 배는 이토록 커졌을까.

부지런한 임산부들처럼 불러가는 배 사진을 기록해 두진 않았지만,

아마도 '다이어트'에 집착한 이후부터 오히려 배는 점점 동그랗고, 커져갔다. 


이런저런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흐지부지 끝날 때마다 식욕이 늘었다. (식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 

한 번에 욱여넣을 수 있는 음식양도 늘었다. 먹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길고 재미없는  나의 다이어트 유랑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20대 때는 당시 유행하던 각종 원푸드 다이어트, 덴마크 다이어트, 레몬물 디톡스 다이어트 등을 두서없이 깨작거리다 말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회사 언니나 친구가 추천하는 다이어트 한약이나 식욕억제제도 먹어봤으나 심장이 벌렁거려 돈만 버렸고,  

30대에 들어선 후엔 좀 더 체계적으로 탄단지를 골고루 먹는 건강한(하지만 지겹고 배고픈) 식단과 운동을 통해 원하는 몸매에 잠깐 머무른 적도 있지만, 정해진 운명처럼 일반식으로 돌아오는 순간 몸도 금방 원래 몸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는데, 

꽤 할만하다 싶던 차에 친구 집들이에 초대되어 그 자리에 있던 누구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오랫동안 흡입하며 말 그대로 간헐적 폭식을 경험했고, 

그다음 날은 전날의 후회를 연료 삼아 다시 단식

그다음 날은 남편이 사놓은 감자칩을 필두로 입이 터지며 또 폭식 (괜히 남편만 쥐 잡듯 잡음)

그다음 날인 오늘은 핑곗거리도 없건만 하루 종일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집에 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꺼내 먹고 있다.  


폭식을 할 때의 나는 마치 악귀가 씐 것 같다.    

배가 잔뜩 부른데도, 심지어 지금 먹고 있는 게 그다지 맛있지도 않는데도, 끊임없이 입에 뭐라도 욱여넣는다. 계속 입에 넣고, 씹고, 삼킨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게 악귀 짓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내일은 또 오늘의 탐욕스러운 폭식을 후회하며 수도승처럼 경건히 단식을 할 지도 모른다.

흡사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식탐을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가..

간헐적 단식으로 건강하고 가뿐한 몸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간헐적 폭식으로 몸만 망가지는 거 아닐까?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일단은 내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수많은 간헐적 단식의 간증들을 믿어보려 한다. 



간헐적 단식에 앞서 내가 찾아 본 관련 도서들과 유튜브 영상들은 하나 같이 간헐적 단식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몸은 바라는대로 좋아진다고 해피엔딩을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나도 간헐적 단식을 통해 후회와 요요로 끝나는 새드엔딩이 아닌, 내 몸을 사랑하게 되는 해피엔딩을 볼 수 있을까?

내 몸을 실험체 삼아, 간헐적 단식을 직접 해보며 느낀 점과 내 몸에 나타는 변화를 기록하려 한다.

내 불룩한 배가 조금은 평평해 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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