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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Oct 02. 2024

'쥐뿔'의 어원, 유래

‘쥐뿔’의 어원, 유래     


일상 생활에서 지금도 우리가 쓰고 있는 말 중에는, ‘쥐뿔도 모르는 주제에 아는 척한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당연히 알아야 할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를 하거나 잘난 체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쥐뿔이 무슨 뜻이며, 어디에서 왔길래 이런 표현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즉, 사람들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이란 표현을 하필이면 쥐뿔이라는 말을 가져다가 썼느냐 하는 점이다. 어원을 밝혀내기가 어려운 말 중의 하나지만 근래에는 쥐뿔, 개뿔 등으로 표현이 확대되어서 더욱 알쏭달쏭하게 되기도 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91년에 만든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쥐뿔’의 근거를 설화에서 찾고 있는데, ‘쥐좆’이란 말을 그대로 쓰기가 불편하므로 ‘쥐불’로 되었다가 다시 ‘쥐뿔’로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사전에서 근거로 들고 있는 설화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돗자리를 짜던 노인이 쥐에게 먹이를 주어 키웠는데, 어느 날 그 쥐가 자기와 꼭 같은 모습을 한 사람으로 변해 주인 행세를 하면서 노인을 쫓아냈다. 방랑 생활을 하던 노인은 스님에게서 받은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서 가짜를 쫓아내고 다시 집주인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쥐와 살았던 부인에게 노인이 말하기를, ‘쥐 좆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동안 함께 살았느냐’고 하면서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쥐뿔은 이 이야기에서 온 것으로 원래는 쥐좆, 혹은 쥐불(睾丸, 불알)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변해서 쥐뿔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갖다 붙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관용적 표현에서 쓰이는 쥐뿔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것이라고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쥐좆’이나 ‘쥐불’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쥐의 불알’에 대해서는 ‘쥐방울’이라는 표현이 따로 있으니 이 주장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쥐좆’이란 말이 어떤 과정을 통해 ‘쥐불’로 되었는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무런 설득력도 가질 수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쥐뿔이라는 표현은 과연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어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수백 년 사이의 문헌에서 쥐에 뿔이 있거나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런데,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쥐를 잡아서 앞머리를 만져보면 뿔이 있었던 자국이 남아있다는 말이 있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쥐는 집쥐와 두더지(두더쥐, 땅쥐, 地鼠) 등을 가리킨다. 두더지는 땅속을 파고 다니면서 굼벵이나 땅속에 사는 벌레 같은 것을 잡아 먹으면서 살아가는 설치류(齧齒類)인데, 아득한 옛날에는 뿔 두 개가 앞머리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것이 점차 없어지게 되었는데, 땅속을 다니게 되면서 힘을 겨루거나 적을 물리칠 때, 혹은 땅을 팔 때 썼던 뿔이 필요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에 따라 뿔이 퇴화한 것으로 본다. 이런 점은 집쥐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쥐라는 동물이 주로 생활의 근거지를 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두더지는 땅을 팔 때 뿔 대신에 앞발의 발톱을 강하게 만들어서 땅을 파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뿔이 퇴화한 것으로 본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해 온 것이 집쥐와 두더지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뿔의 자국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두더지는 눈을 가지고는 있으나 거의 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속에서 주로 지내는 그에게 눈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 것이니 눈은 지금도 퇴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오랜 과거에는 뿔이 있었던 쥐가 있었다고 한다. 화석으로도 발견되는데, 한자어로는 각낭서(角囊鼠), 혹은 유각낭서(有角囊鼠)라고 한다. 이 종류에 속하는 쥐의 화석 통해 볼 때  몸의 길이는 1미터 이상이고 무게가 30킬로 이상이 되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뿔이 있는 포유류 중 가장 작은 크기의 동물이라고 한다. 이것은 아주 오래전에 멸종된 것으로 확인되지만, 집쥐나 두더지가 이것의 변형이거나 진화해서 살아남은 종류가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 아주 오랜 과거에 쥐 종류의 동물에게 뿔이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것이 말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생활 속에 살아있다는 사실은 더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체한다’라는 표현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것 말고는 ‘쥐뿔’의 어원, 유래, 뜻 등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쥐에 뿔이 있어서 이런 말이 생겼고, 그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왔다는 구전(口傳)의 어원과 유래를 믿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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