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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Oct 12. 2024

'언 송아지 똥 싸듯 한다'의 뜻

‘언 송아지 똥 싸듯 한다’는 표현의 뜻과 유래     


지금 우리가 쓰는 표현 중에 ‘靑山流水 같다’는 말이 있다. 푸른 산에 흘러가는 물처럼 막힘이 없다는 뜻을 가진 이 표현은 言辯이 아주 좋거나 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에 대해 주로 쓴다. 그런데, 이런 뜻으로 쓰이는 말 중에는 청산유수라는 한자 표현보다 더 오래된 우리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언 송아지 똥 싸듯 한다’이다.   

  

이 말의 뜻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송아지가 추위에 얼어서 설사를 계속해서 하는데, 어떤 사람의 말하는 것이 바로 이것처럼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말은 한자어인 청산유수에 밀려 지금은 거의 사라질 위기에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동물이나 자연현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생활 속의 언어에 활용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문화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부터 이 표현이 유래된 근거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람을 위시하여 우리 주위에 있는 여러 동물들에 대해 선조들은 대단히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해왔다. 특히, 각각의 동물들에게 있어서 그것이 지닌 약점이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알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왜냐하면 그것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자신들이 기르는 동물의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가축을 관리하고 기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위시하여 우리 주변에 있는 가축은 각자 약한 부분이 있다. 약한 부분이 따뜻하지 못하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몸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지식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들에 대한 것은 잠자는 상태와 관련이 있는 표현으로 만든 것이 특이하다.      


사람과 가축에 대한 이러한 표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발이 따뜻해야 잠을 잘 잔다. 

개는 주둥이가 따뜻해야 잠을 잘 잔다.

닭은 부리가 따뜻해야 잠을 잘 잔다. 

새도 부리가 따뜻해야 잠을 잘 잔다.

소는 등이 따뜻해야 잠을 잘 자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     


사람에게 있어서 발의 체온 유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아랫목을 따뜻하게 해서 발을 그곳에 놓고 잠을 자도록 했던 것이다. 개와 닭은 모두 주둥이와 부리를 자기의 몸 어딘가에 처박은 상태로 자기 때문에 스스로 보호하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소인데, 이것은 한 가정의 재산 1호이면서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존재였던 관계로 가족을 보살피는 것처럼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특히 겨울에는 등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밤사이에 몸이 얼어서 다음 날이면 반드시 설사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겨울만 되면 농촌에서는 소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 반드시 준비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장삼 혹은 덕석, 쇠덕석이라고 한다.     


덕석은 짚을 사용해서 멍석처럼 만든 것으로 소의 몸 크기에 맞추어서 준비해 두었다가 해가 지면 소의 등에 덮고, 등에서 배로 줄을 돌려서 묶어 주는 보호대이다. 이렇게 하면 소의 등과 배가 추위에 노출되지 않게 되어 절대로 설사를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소를 여러 마리 키우는 집에서는 이러한 덕석을 소의 숫자대로 준비를 해두기도 한다.       


어른 소는 주인이 해주는 덕석을 잘 붙인 상태로 밤을 나는데, 송아지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된다. 송아지는 움직임이 많은 데다가 덕석이 저의 몸을 보호해 준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거추장스럽게만 생각하여 밤사이에 이것을 벗겨내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다음 날이면 송아지는 먹는 대로 零落 없이 설사하게 되는데, 그 모양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송아지가 배탈이 나면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설사하는데, 주로 걸어가거나 뛰어가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걸어가거나 뛰어가면서 설사를 하면 물똥이 가늘게 줄줄 나와서 길바닥에 줄을 그으면서 깔리게 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그 길이가 100미터를 넘을 때도 있다. 그만큼 쉴 새 없이 설사를 하면 냄새도 좋지 않고 모양도 좋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소 주인의 걱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를 계속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추위에 얼어서 배탈이 난 송아지가 쉴 새 없이 물똥을 싸는 모습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말하거나 말을 잘하는 사람을 이것에 빗대어서 비유적으로 ‘언 송아지 똥싸듯 한다’라는 표현을 만들어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말 속에는 두 가지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말을 아주 잘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말을 너무 잘해서 아주 얄밉다는 것이다. 두 번째 뜻은 말을 너무 잘해서 상대를 하기가 어려우니 놀라운 언변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 언쟁을 그만두겠다는 것이 된다. 칭찬과 부러움과 시샘이 함께 담겨 있는 표현이 바로 ‘언 송아지 똥 싸듯이 말은 잘한다.’ 혹은 ‘말은 언 송아지 똥 싸듯이 한다.’ 등의 표현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생활 속에서 부닥치는 현상과 언어를 연결하여 절묘하게 표현 해내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표현임과 동시에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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