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죽계 Nov 17. 2024

뜨내기의 어원

뜨내기의 어원     


‘뜨내기’는 ‘뜨내기꾼’이라고도 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설명은 한곳에 정착해서 붙어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다니는 존재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뜨내기라는 표현은 고정적이거나 반복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를 좀 낮추어서 지칭하는 말이 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뜨내기는 뜨다+내기가 결합한 형태가 된다.      


동사나 형용사로 쓰이는 ‘뜨다’라는 어휘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 것이면서 매우 다양한 용법으로 쓰이고 있는데, 고정되어 있지 않다, 발효하다, 썩다, 떠나다, 떼어내다, 눈을 벌리다, 실로 만들다(뜨개질),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다, 탁본을 만들다, 모형을 만들다, 상대방을 넌지시 알아보다, 달다(무게), 들이받다(뿔), 느리다 등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물속이나 지면 따위에서 가라앉거나 내려앉아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물 위나 공중에 떠 있어서 고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 있는 존재를 가리킨다. 일부 자료에서는 접사(接詞)인 ‘-뜨기’에서 왔다고 하면서 출신지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내기’도 접사인데, 두 개의 접사가 결합하여 어휘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말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뜨내기’에서 ‘뜨’는 뿌리가 없는 나무나 풀처럼 한 곳에 붙어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다는 뜻을 가진 ‘뜨다’의 어간이 된다.      


‘내기’는 일부 어근(語根)이나 접두사(接頭辭) 뒤에 와서 그러한 특성이나 성질을 지닌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인데,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을 낮잡아 부르거나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신출내기, 풋내기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내기’라는 것이 붙으면 말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라는 어감을 강하게 풍기는 것이 된다. 일부 주장에서는 ‘한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 지역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하면서 출생지를 표시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있는데, 이것 역시 올바르다고 하기 어렵다. 뜨내기나 풋내기 등의 표현은 지역적 특성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가 지닌 성질을 더하면서 낮잡아 부르는 용도로 쓰이는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즉,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존재가 못마땅하여 그를 얕잡아 부르기 위해 붙이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뜨내기라는 표현은 매우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뜨내기라는 말 자체로도 많이 쓰지만 단골손님의 상대 말이라고 할 수 있는 뜨내기손님, 가게가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영업하는 뜨내기장사치, 뜨내기꾼, 텃새에 상대되는 말인 뜨내기 새(철새), 뜨내기 사랑, 뜨내기 인생(浮生), 뜨내기 길손 등 여러 경우에 이 말을 넣은 표현과 문장을 만들어서 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