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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Nov 30. 2024

미안하다와 죄송하다의 차이

‘미안하다’와 ‘죄송하다’의 차이점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미안하다’라는 표현은 “남에게 대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럽다”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죄송하다’라는 말은 “죄스러울 정도로 미안하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내용만으로 보면 죄송하다가 미안하다는 표현 보다 어느 정도 어감이 강한 것은 알겠는데,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안하다는 마음이 편하지 못할 정도이고, 죄송하다는 죄스러울 정도이니 구체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죄송하다라는 표현에 대한 설명에 미안하다가 들어가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죄스럽다는 말을 찾아보면, “죄지은 듯하여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다”라고 되어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표현과 죄송하다는 표현은 매우 큰 차이가 있어서 잘 생각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두 표현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미안’과 ‘죄송’이 순우리말 인지의 여부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한자어이다. 미안은 未安이라고 쓰는데, 마음이 편하지 못해서 불편하다는 뜻으로 무엇인가 잘못한 행위에 대한 정도가 비교적 가벼워서 무겁지 않은 감정의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뭔가 께름직하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해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정도의 가벼운 잘못을 했다는 말인데, 이것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한 자기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한 말이 바로 미안하다는 표현이 된다. 安은 마음이나 감정의 상태에 소용돌이가 없고 조용해서 불안하거나 위험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고, 未는 상대 부정을 나타내기 위한 글자로 이것이 아닌 저것, 이 상태가 아닌 저 상태 등의 뜻이다. 그러므로 미안은 마음의 상태가 안정되어 있지 못해서 편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죄송은 罪悚이라고 쓰는데, 罪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어떤 잘못을 해서 법을 어긴 행위를 한 상태를 가리킨다. 죄를 지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상당히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죄를 짓고 벌을 받지 않으면 사회의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질서가 무너져서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럴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것이 바로 죄이다. 悚은 ‘두려워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글자이다. 마음(忄)의 가운데가 묶여 있어서(束) 꼼짝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자기의 내부에서 무서움과 두려움이 생긴 상태를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悚은 懼(두려워할 구)와 같은 뜻으로 작은 새(隹)가 두 눈을 부릅뜨고 눈알을 굴릴 정도(䀠)의 상태로 사람의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공포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죄송은 죄를 지어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 마음이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를 지칭한다. 죄송이란 표현은 자기의 그런 심리상태를 매우 강하게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명사로 쓰이는 미안과 죄송의 뜻을 알면 ‘미안하다’와 ‘죄송하다’는 느낌이 얼마나 크게 다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미안하다’는 약간의 잘못으로 인해 상대의 감정을 건드린 정도여서 마음이 좀 편하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고, ‘죄송하다’는 상대에게 많이, 혹은 크게 잘못을 해서 큰 벌을 받을 것처럼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제발 용서해달라는 뜻이 된다. 재미있는 우리말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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