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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Oct 02. 2024

궁금증

내게 말 걸어주는 이가 있어요

아이들 등교시키고 나만의 하루가 시작된다. 일단 밥숟가락 놓으면 아침, 점심 식후 산책이 시작된다. 저녁은 스케줄에 따라 다르지만 매번 식후 혈당을 정상으로 조절하기 한 나의 노력이다.


매일 하루 두 번씩 꼬박꼬박 돌아오는 나의 산책길. 그 길가에 자그마한 동네 슈퍼가 있다. 그 슈퍼 아주머니께서는 오래전부터 나의 걸음을 눈여겨보시곤 어느새 눈이 마주치면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엔 쭈뼛쭈뼛 서로 눈치만 보던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 반가운 인사로 바뀌었고, 어느 날  날씨를 핑계로 인사를 나누던 사이에서 이제는 제법 인사말이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었다. 살며시 보이던 서로를 향한 미소는 눈 맞춤의 순간 활짝 웃으며 터져 나오는 인사말로 바뀌었다. "안녕하세요~~~~"


나를 바라보시며 지으시는 미소엔 언제나 다정함이 담겨있었고 난 주변에 따뜻하게 눈 맞출 수 있는 "어른"이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내게 그렇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시는 분이 딱히 없어, 그런 눈길에 목마름이 있었다.


어느 날엔 가끔 같이 다니다 오지 않는  남편 사정을 묻기도 하시고, 입고 있던 원피스 채로 나간 산책길에선 "이뻐요~~~"라는 기분 좋은 인사말도 건네받을 수 있었다. 누가 내게 보이는 대로 이쁘다고 말해 준 적이 언제던가 싶어 한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그 말이 참 낯설면서도 기분 좋게 와닿았다.


지난주에는 한 번도 문이 닫힌 적이 없던 가게 문이 닫혀있는 걸 봤다. 급히 문 닫을 사정이란 것이 생겼다는 이야긴데, 우리 가족도 아닌 그분께 생긴 이유란 것이 궁금해졌다. 다음날 마주치면 여쭤보려 했는데 며칠 동안 마주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정이야기를 듣지 못해 아쉬운 것이 아니라 그분과의 다정한 인사말 나눌 기회가 없어짐이 아쉬웠다.

'내일 여쭤봐야지'

'내일 여쭤봐야지'

그 뒤로 며칠이 더 지나 잊힐 때쯤 가게 앞에서 내게 인사를 건네시는 아주머니께 드디어 말을 걸을 기회가 생겼다. 어떤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자체가 즐거웠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처럼 설레는 시간이었다. 모든 나의 사귐은 설렘 뒤에 따라온다.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는 나의 일상. 남들처럼 출퇴근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상이 아니고 가족과 정해진 몇몇 학생들과의 틀에 박힌 대화만 나누는 나는 뭔가 새롭고 사람 냄새나는 대화에 목말라 있었나 보다. 그 목마름을 잠시 적셔주는, 내겐 귀한 아주머니시다.


오늘은 아침에도 점심에도 나의 산책 모습을 보셨나 보다. 점심 산책 때 가게 앞을 지나쳐 간 나의 뒤통수에 대고 말을 거셨다.

"하루에 몇 번이나 도는 거예요~~~?"

"네, 하루 세 번 운동해요~"

"세 번씩이나?"

"네... 제가 당수치가 좀 있어서요."

"그렇게 말랐는데도 당이 있어요?"

"네... 그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내가 사람을 이토록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았다. 짧은 대화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데워주는 느낌이었다. 낯선 이에서 다정한 이웃이 되기까지. 서로를 향한 관심이 익어가는 시간이 지나면 누구와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나는 이 만남이 즐겁고 사소한 마주침을 새로운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내가 좋다. 나 혼자만의 관계형성일지라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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