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고등학교 후배가 전시회를 한다고 초대장을 보내왔다. 전시회에 초대받는 일이 처음이라서 선물로 뭘 준비할까 생각했다. 장미꽃? 아니면 커피 한 잔을 들고 갈까? 아니면...하다가 예전에 무수히 나눴던 편지가 떠올라 오랜만에 몇 자 적어 마음을 담아 보기로 했다. 나의 빛나던 시절을 기억해 주는 사람.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한 번 되새겨 본다.
전시회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난 벌써 입고 갈 옷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이렇게 편지도 써 둔다.
○○아..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이렇게 이름 부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니.
너와 나.. 내 기억으로 많은 편지로 서로 마음을 나누었던 사이였는데 말이지. 이제 '○○이'라고 부르기보다 '작가님'이라고 불러야겠구나.
지난번 당숙부님 장례식 때 네가 달려와 인사해 줘서 너무 반가웠어~!! 꼭 잡아준 너의 손에서 따뜻하고 무언가 뭉클함이 느껴졌다. 근데 반가운 맘 따로 너무 빨리 헤어짐을 말하고 왔더라구.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내가 너무 무심했나? 싶기도 해서 조금 불편한 맘이었는데 이렇게 연락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언니는 요즘 내가 보냈던 세월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흘려보냈던 시간만큼 네게도 시간이 쌓였구나.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던 거야? 엄마께서 쓰신 시를 네가 붓으로 옮겼나 봐? 전시회를 아직 가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초대장을 읽어보니 그런 것 같아서. 엄마께서도 대단하시고 숱한 시간 갈고 닦았을 너 또한 대단해 보여~
예전에도 너의 편지를 읽을 때면 생각했었는데.. "○○이는 글씨를 참 잘 써~"라고 말이야.
이렇게 전시회를 할 정도니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가 부럽구나. 엄마가 곁에 계셔서...
여러 가지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난 어릴 때도 '부러움'이란 감정을 모르고 지냈는데, 요즘 부쩍 '부러움'이란 감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아마 나이 들어간다는 뜻인가 봐..ㅎ
서로 사느라 정신 팔려서 특별한(?) 날 마주치는 사이가 되었지만, 만나는 순간 네가 내게 보여준 반짝이는 눈망울을 언제나 기억할게. 우리가 그런 사이란 것이 참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