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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Oct 04. 2024

핸드폰 분실 소동

잃어버린 폰 찾을 수 있을까

토요일에는 6학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발명영재 수업을 받는다. 지난주에는 그 수업의 일환으로 청주에서 열리는 과학 페스티벌을 단체로 견학 다녀오는 날이었다. 청주는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1시간 30분 정도 버스를 타야 하는 거리에 있다.

여러 체험 부스에서 갖가지 체험활동도 하고 돌아오는 당일치기 행사였다. 작년에는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청주로 전학 간 친구를 만나기도 했던 신기한 우연도 경험했던 그 행사였다. 요즘은 그런 행사를 보내고 나면  도시락 같은 것도 학교 측에서 다 준비를 해주니 걱정할 것도 없고, 부모가 체험해주지 못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겨져 맘 편히 고마운 마음으로 보내는 행사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쯤 되어서 점심 잘 먹고 있는지 궁금도 하고, 현금을 챙겨가지 않은 것이 생각나 우리 지역 페이 카드를 사용해도 된다고 간단히 알려주려고 톡을 보냈다. 말수가 적은 녀석과의 몇 마디 톡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좋다. 표현을 잘하지 않는 녀석이 이모티콘을 보내오는 것도 좋다.

 맛나게 도시락을 방금 먹었다는 톡을 받아보고는 출발할 때 다시 톡을 보내라고 하고서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도착할 시간이 되도록 톡이 없다. 에이~ '무심한 녀석!'이라며 간단히 다시 톡을 남기고 버스 안에선 폰을 꺼두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기다렸다.


답답하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저녁시간이 다 되어 녀석이 들어왔다.

"○○, 너, 카톡 하는 거 또 깜빡했지?"

"엄마, 그게 이유가 있어요."

"뭔데?"

"폰을 잃어버렸어요"

뭣이라?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녀석 표정을 보니 진짜임이 틀림없다!

아휴~ 이를 우째~

그 순간 화가 난다기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이후 녀석이 맘 졸였을 시간을 생각하니 맘이 아팠다. 최대한 진정하고 방법을 찾아보았다. 누군가 습득해서 전화를 받아주길 기다렸지만 녀석 말로는 아마 터리가 다 되었을 거라고 한다..


일단 담당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체험관 전화번호를 여쭈었다. 혹시 분실물이 발견되면 연락처를 남기고 우편으로 받으면 될 거 같은 일차적인 생각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친절하게 자신이 연락해서 직접 알아보시겠다고 하셨다. 그날은 토요일이고 그 시간은 이미 그곳의 직원들도 퇴근했을 시간이니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알아보시겠다고 하셨다. 선생님까지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고 너무 감사했다.


일단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고 체험관 어디에서든 발견되길 기도할 뿐 달리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잠시 후 아빠가 와서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 분실 신고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아하~!!!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그 폰이 어떤 부정한 경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빠 말로는 아빠도 언젠가 폰을 잃어버렸다가 휴대폰 요금을 500만 원 정도 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얘길 들으니 더 맘이 조급해졌다.


다음 단계 분실신고. 뭐든 처음 하는 경험은 낯설고 어렵다. 더구나 뭔가 잘못된 상황이 이어질 거 같은 불길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엄마다. 녀석이 맘 졸이지 않게 최대한 대범하게 행동하고 싶었다.

만일 못 찾더라도 걱정하지 말라고..

폰은 새로 개통하면 된다고.. 위약금이야 지불하면 그뿐이라고..  최대한 녀석을 안심시키고 싶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맘 졸이고 있을 나의 사랑하는 귀요미를 생각하니 맘이 너무 아팠다. 분실신고는 비교적 간단했고 잘 마무리 되었다. 응대하는 직원도 친절했다.


우린 다음 날 일요일 하루를 너무도 길~~~~ 게 보냈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이다. 아이들 등교시키고 산책길에 나서는데 평소엔 들고 가지도 않던 폰을 들고 갔다. 언제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올 지 모르니.. 일분일초가 궁금해 죽을 거 같다.

띠리링~~

드디어 폰이 울렸다.

아는 번호다!

목소리를 먼저 탐색해 본다.

"어머님, 제가 출근하자마자 연락해 봤는데요..."

아... 목소리가 너무 차분하다. 뭔가 불길하다..

"그 과학관이 월요일이 휴무라고 하네요.. 화요일은 10월 1일 임시 공휴일이니 수요일에 찾아보고 락 주신다고 요."

"아, 네.. 기다려 봐야겠네요..감사합니다. 선생님까지 신경 쓰게 해 드려 죄송해요."

"아니에요. 꼭 찾았으면 좋겠네요"

 아~~~  또다시 이어지는 기다림이다.

월요일, 화요일. 꼬박 이틀을 또 맘 졸이며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수요일! 또 역시 폰을 들고 산책을 나섰다. 오늘은  월요일에 통화했던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자 더 초조해졌다. 한참 뒤 울리는 폰! 얼른 뛰어가 받았다. 다시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 본다. 지난번 통화 때완 뭔가 다른 소식이 올 것 같다. 시 나의 촉이 맞았다! 찾았단다!

그런데 찾아도 문제. 폰을 가지러 청주까지 다녀갈 수 있느냐  물으신다. 난 우편으로 전달받을 방법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위험할 것 같으시다며, 다른 방법을 제안해 주셨다. 청주에서 출퇴근하시는 행정실 직원 분께 부탁을 드려보겠다고 하신다. 아이고~ 이렇게 감사할 수가~~~!!

선생님께 한껏 들뜬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마치고 통화를 마쳤다.

다행다행 천만다행이었다! 선생님께 그리고 행정실 직원 분께 어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까. 자신의 일처럼 알아봐 주시고 뒤처리까지 해주신 선생님께 너무 고마웠다.

3일부터 6일까지 계속 휴일이어서 다음 주 월요일에나 되어야 폰을 직접 받아볼 수 있을 거 같다.  잃어버린지 8일째 되는 날에야 폰을 받을 수 있단다. 하지만 기간이 무슨 상관이야. 폰을 찾았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오후에 집으로 돌아온 큰아이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었다. 너의 마음이 편해져서 너무 좋구나. 매일 보던 녀석의 웃음인데 오늘따라 더 환해 보인다.


이번 일을 겪으며 생각한 것이 있다. 스키를 직접 배운 적은 없지만 TV에서 얼핏 보기로 처음 초보자가 배우는 것이 '넘어지는 방법'이었던 거 같다. 핸드폰도 처음 개통할 때 분실 시 '분실 신고를 해야 함'을 먼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상식이라 하는 것도 알고 있는 다음 상식이라 할 수 있다. 나처럼 세상물정 모르는 아줌마에겐 더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한다. 내 새끼들은 좋은(?) 경험을 한 대가로 자연스레 교육되었음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인생 공부 제대로 했네~


월요일 폰을 받아 들면 너무 행복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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