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장이 훤히 보이는 집에 산다. 주방 창가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면 멀리서 내 아이들의 실루엣을 감지하는 날도 가끔 있고 산책길에 오며 가며 힐끔거리면 또 좀 더 가까이에서 두근거리며 그 몸짓을 포착하기도 한다. 그럴 때 왜 두근거리는지... 그 짜릿함 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ㅎ
새끼가 무엇인지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니 아무래도 병인 것 같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본 글귀 "다정도 병"이란 싯구절이 가슴으로 와닿으니 난 역시 엄마인가 보다.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몸집도 커지지만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함성 소리도 달라진다. 1, 2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내는 소리, 3,4 학년이 내는 소리, 5, 6학년이 내는 소리가 다르다. 주방에서 일하다가 들려오는 아이들 소리에 가끔 뒤돌아 운동장을 살펴보는 것이 일상이다.
어느 날엔 운동장에서 체육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아이들 주의를 집중시키는 모양이었다.
"3학년!"
이라고 외치니
"4반~!
이라고 아이들이 외친다.
3학년 4반?
우와~ 작은 아이반 수업하는 모양이구나. 체육 시간에 즐거운 게임을 하고 나면 집에 와서 게임 규칙이며 즐거웠거나 아쉬웠던 포인트를 조잘거리는데 그날도 그러겠거니 했다.
오후에 하굣길에 만난 녀석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엄마가 그 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는지 며칠 뒤엔 몇 교시가 체육 시간이니 또 운동장을 쳐다보란다. 귀여운 녀석! 엄마가 우연히 그 시간에 마주치면 모를까 어찌 시계 보면서 시간 맞춰서 운동장 체크를 하겠니... 엄마가 집에서 빈둥거리는 거 같아도 이것저것 할 일들이 많다구요~~~ㅎ
오늘은 아침 운동을 다녀와 청소를 마치고 두어 가지 나물 반찬을 해두는데 운동장에서 큰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들린다. 6학년 쯤 되는 목소리 같다고 생각하며 운동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집 가까이 쪽 축구 골대에 모여서 팀전으로 골 넣는 게임을 하는 모양인데 아무래도 6학년 같으다.
혹시 큰 아이 반이 아닐까 하여 주욱 늘어선 아이들을 스캔하면서 오늘 요 녀석이 어떤 옷을 입고 갔었지? 라며 생각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실루엣이 보인다. 검은 바지에 흰 점퍼차림인데 유난히 왜소하다! 녀석이 분명하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해 둔 것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 가장 가까운 분리 수거함을 돌아오는데 아까 남학생들이 서 있던 축구 골대 앞에 이번엔 여학생들이 서 있다. 나무 그늘에 있던 남학생들이 외친다!
"최강~ 5반!"
"최강~ 5반!"
맞구나 6학년 5반. 큰 아이 반이다. 여학생들 골이 성공하자 '최강 5반'을 외치던 나무 그늘에서도 함성 소리가 터져 나온다. 갑자기 내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혹시 나도 6학년 5 반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