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하루살이 Oct 28. 2024

권유와 강요사이

이 비주얼을 보고서도 입맛이 안 당기다니!!! 우리 집 남자 3인방은 과일엔 도통 관심이 없다.

첫 번째 가장 강적인 내 남편, 기호 1번..

사과를 깎아서 줘도 한 두 조각 먹고는 그냥 두라신다. 오며 가며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먹겠노라고.. 자신은 갈변이 되든, 겉이 좀 마르든 상관없단다. 그냥 먹고 싶을 때 한 조각씩 먹겠단다. 우찌 저 과즙 팡팡 사과를 한 입만 베어 물고 멈출 수가 있지? 저렇게 때깔 좋은 홍시는 고개를 절레절레~! 신혼땐 정말 난감했다. 이 남자에 대해서 알아가야 할 것이 너무 낯설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 남자! 홍시조차 싫어하다니!


일단 마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이 남자에게 그 어떤 설득의 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빨리 이쪽에서 포기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었다.

그 유전자를 고이 물려받은 기호 2번, 3번. 요 녀석들도 마찬가지.. 좋아하는 것, 본인이 원하는 것 말고는 입에 넣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러니 이유식 이후 녀석들의 식사 시간이 되면 난 늘 전쟁을 치르듯이 대처해야 했다.


아무리 한 입만 먹으라고.. 먹어보고 이상하면 그냥 뱉으라고 해도 소용없다. 어쩌다 한 번 입에 들어가면 물개 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어도 다음번에는 또 제자리..!


그런 녀석들의 편향된 취향(?)은 과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먹던 과자가 아니면 거들떠도 보지 않던 꼬맹이들이었다. 한 번은  과외하던 학생이 수능 끝나고 인사차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고맙게도 애들 먹으라고 과자를 한 보따리 사들고 왔다. 학생이 간 후에 봉지에서 내용물을 꺼내어보니 녀석들이 먹지 않는 것들섞여있다. 과자를 담아 온 봉지를 보니 ○○○○마트라고 적혀 있었다.  집에서 한 두어 블록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마트였다. 난 영수증은 없지만 살짝 웃으면서 다정한 말투로 잘 얘기해 보면 다른 과자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품고 그 마트로 향했다. (영수증 없이 교환이 안된다고 하면 그냥 나올 생각이었다.)


조심스레 카운터에 다가가 아주머니께 아주 공손히 사정드려봤다. 그랬더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꿔 가라고 하셨다. (아.. 저 표정 거슬리긴 하지만 "영수증 없이" 나는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케이~~) 난 고마운 마음에 원래 과잣값보다 더 많은 양을 골라 추가요금까지  지불하려고 다시 카운터로 갔다. 근데 문제는 영수증이 아니라 카운터 점원 아줌마의 참지 못하는 발언이었다. 그냥 바꿔주기로 했으면 편하게 바꿔주든지 아니면 못 바꿔주겠다고 하면 그냥 왔을 텐데.. 계산하려고 다가간 내게 혀를 차면서 던진 한마디!

"쯧쯧... 요즘 엄마들 참 별나다~~~~ 아무거나 먹이면 되지~~~"

나참~~ 억울하게 내가 유별난 엄마로 규정된 순간이었다!


그날의 그 장면이  떠오르는 아침이었다. 내가 먹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본인이 싫다는 걸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 아무리 내입에 황홀한 홍시라도 싫다는 놈에겐 엄마도 어쩔 수 없다. 등교 전 살짝 권해 봤는데 역시나 실패다!


엄마는 새로운 묘안을 짜내어본다. 과일 중 유일하게  샤인머스캣을 좋아하는 우리 집 기호 3번. 그냥 생과일로 먹어보라 해도 죽어도 안 먹지만 얼려서 주면 한 알 한 알 입에 넣고 좋아하는 녀석~  홍시도 얼렸다가 살짝 녹았을 때 샤베트로 내밀어 봐야지~~  제발 성공하길~~~

 

강요가 되지 않고 권유 선에서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지길...



작가의 이전글 고즐남(고통을 즐기는 남자)의 마늘 손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