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 시간이 매일 시작된다. 그 시간을 채우고 보내는 것을 일과라고 하겠지. 오전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폰을 켜고 시간을 확인한다. 요 며칠 거기에 추가된 습관은 방안 보일러에 표시된 실내온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오늘은 밤에 기온이 떨어졌는지 20도로 맞춰둔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었다. 아... 바닥이 따뜻하니까 기분이 좋다~ 요 며칠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었는데 오늘은 가뿐하게 일어났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머릿속을 굴려 일정을 체크해 본다.
오전에 아이들 등교시키고 운동 한 바퀴 다녀온 다음 이어지는 나만의 시간. 청소하고 빨래하고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 먹을 메뉴가 정해지면 그걸 준비하고 그러곤 한숨 돌리고 점심을 먹는다.
그래! 오늘은 저녁으로 김밥을 싸기로 했지. 어제 제일 귀찮은 시금치를 미리 데쳐두었으니 시간 맞춰서 말기만 하면 돼~ 한결 마음이 가볍다.
이상하게 오늘은 마음이 더 가볍다. 왜인지 자꾸만 이유를 생각하게 만들 만큼 마음이 가볍다. 지난주까지 중학생 중간고사를 치르느라 너무 바삐 일정을 소화하느라 나까지 스트레스였나 보다. 그 시험이 끝났으니 긴장이 풀어질 만도 하다. 어렵게 공부하던 녀석이 성적이 많이 올라서 맘이 편해진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공부를 그만두고 학원을 옮기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언제부터인지 바닥에 깔리게 되었다.
게다가 오늘은 빡빡한 저녁 수업에 구멍이 난 날이다. 초등학생 한 명이 매년하고 있는 정기 공연 때문에 오늘 하루 공부를 쉬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부터 계속 이어지는 수업과 저녁 식사 시간은 내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이어지는데 그 사이사이 이런 여유가 찾아오는 날에는 나도 긴장을 조금 풀고 느슨해져도 된다.
더구나 오늘은 저녁 먹을 메뉴까지 정해져서 간단히 준비할 수 있을 거 같으니 기분이 더 가벼워진 거 같다. 조금은 농땡이 부리고 싶은 날이다. 세탁기에선 아까아까 자신은 일처리를 완료했음을 알리는 음악소리를 내뿜었지만 난 이 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일어서련다.
보일러가 돌아간 바닥은 따뜻하고, 운동 다녀와 체크한 혈당도 좋고, 하루 일과를 머릿속에 그려봐도 허겁지겁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은 이 아침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면 옥상 가서 빨래를 널고 은행을 다녀오고 조금 미뤄뒀던 걸레질도 하고...
아.. 좋다~
천천히 해도 된다~
저녁까지 난 오늘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