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4인 녀석은 보통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를 한다. 아무리 사정사정을 해도 본인이 싫다 하니 강제하지 않는다. 그토록 안 먹던 큰 아이가 어느 시기가 되니 밥 달란 말을 서슴지 않고 하기에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 녀석도 토요일이면 아침을 먹겠다고 하는데 아마 그건 등교 없이 늦잠을 자게 되어 아침 시간이 좀 더 미뤄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우쭈야, 짜파게티 먹을래?"
"좋아~"
언제부턴지 생각나지 않지만 매번 통하기에 의례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묻는다. 매번 끓이지만 라면물 맞추는 거만큼 짜파게티 물양 남기는 것에 신중하다.
몇 번은조금 더 많은 양을 남겨 짜장가루를 섞은 다음 불에 다시 올려 졸이기도 하고, "오늘은 그냥 먹어~"를 미안하게 건네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한 발견을 하게 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적당한 농도로 딱 맞췄다고 자부한 날이었다. 세월아 네월아.. 라면이나 짜파게티마저도 거짓말 좀 보태서 1시간을 먹는 큰 녀석이 너무 뻑뻑하다고 불평이다. "왜.. 이번엔 딱 맞췄는데~"
녀석이 기다리는 사이 면이 수분을 흡수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조리법을 달리해봤다.
1. 일단 여유 있게 물을 남기고 짜장 가루를 섞는다.
2. 짜장가루를 섞은 후 불 없이 냄비의 잔열로 잠시 더 두면저절로 농도가 조절된다.
3. 적당히 농도가 맞춰졌다 싶으면 지체 말고 그릇에 담는다. 좀 더 지체하면 먹는 동안 뻑뻑해지는 것은 시간문제!
4. 다 먹을 때까지 촉촉한 기운이 남는다~^^
인스턴트 먹이는 것 같은 미안함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줄여보고자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두어 방울 더 첨가하고 평소 필수로 준비해 두는 계란말이를 곁들여 내어 준다. 단백질과 야채를 조금이라도 먹일 수 있는 방법이다. 녀석에게 얼음 동동은 필수~
오늘도 주말 아침 첫 끼니가 완료되었다. 녀석이 다른 메뉴를 요구하는 날까지 여러 가지 들이밀어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때까지 토요일 아침은 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