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에 대하여
지금 생각해 보니 녀석은 어릴 적부터 날 힘들게 했습니다. 끊임없이 요구 사항을 뱉어냈습니다.
책 읽어 달라고 계속 들이밀었죠. 하루종일 읽고 눈 감는 순간까지 토시 하나라도 본인 기억과 틀리면 다시 읽어야 했습니다. 책이 얼굴에 파묻힐 때까지 읽다 잠이 드는 루틴이 계속되었습니다.
녀석이 잠든 시간은 컴퓨터 앞에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주문하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또.. 또~~~"라며 새로운 것을 찾으니 말이죠. 책이며 장난감이며 스티커북 등등.. 아이가 자라는 만큼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스티커북이며 만들기 책에는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뒷면이 있었습니다. 각종 시리즈를 잘 진열해 두었습니다.
"이런 거도 더 많이 있으니 얼른 엄마에게 사달라고 해~" 라며 끊임없이 쏟아내는 광고들... 녀석은 조그마한 머리로 우찌 그걸 알아차렸을까요.
남들은 엄마가 앞장서서 이것저것 시켜주려는 육아라면 늙은 엄마(40에 낳은 녀석)는 녀석을 응대하랴 아픈 친정엄마(엄마가 뇌졸중으로 누워계셨음) 챙겨드리랴.. 한 시간씩 한 시간씩 버텨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엄마가 끌려가는 육아였습니다. 같이 놀아주기를 원하는 녀석은 내게 그야말로 힘겨운 "일거리"였습니다.
보통은 폰에 일찍부터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지만 난 언제부터가 폰에게 녀석을 맡겨버리는 것이 수월했습니다. 참 인생은 관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만들더라고요.
폰으로 노래도 배우고, 종이접기도 배우고, 과학 이야기도 듣고... 참으로 다양한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겐 유익한 존재가 나타난 것입니다. 전 그냥 방치(?) 육아를 택했습니다. 학생들 과외 시간에 녀석을 잘 돌봐주는 육아 도우미로 도움을 톡톡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위로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