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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는 이유, 혹은 나만의 피서지

-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by 물구나무

“나 도서관 좀 다녀올게.”
여동생에게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
“잘난 척하지 마.”
하하, 참 기가 막힌다.
도서관 가는 게 잘난 척인가?
책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날 본 걸까?
하지만 나도 이 시대의 ‘명색이’ 브런치 작가인데. 히히.

나는 시간이 날 때면 도서관에 간다.
딱히 책을 읽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요즘 나에겐 도서관이 ‘쉼표’다.
바쁜 일상에서 받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잠깐 내려놓을 수 있는 조용한 공간.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부터 다르다.
복잡한 세상 소음은 출입문 앞에 두고
조용한 정적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내 머릿속도 함께 정돈되는 기분이다.

책상 앞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한 모금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여름엔 에어컨 바람이 뒷목을 식혀주고
겨울엔 바닥의 온기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운다.
여긴 단순한 공부방이 아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이유로
도서관이라는 ‘쉼터’에 들른다.

내 앞자리에 앉은 중년 남자는
무언가 진지하게 메모를 하고 있다.
빽빽하게 적힌 노트가 벌써 여러 장.
그의 손끝에선 무언가 간절한 게 느껴진다.
어떤 목표가 있을까? 이력서? 자격증?
그걸 묻지는 못하지만,
그 노력의 진심은 조용히 전해진다.

오른편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다정하게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이보다 오히려 엄마가 더 집중한 표정.
그 장면이 어찌나 따뜻하고 평화로운지
괜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뒷자리 소파엔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고 온 듯한 젊은 여학생이
살짝 고개를 떨군 채 졸고 있다.
책은 무릎 위에서 반쯤 열린 채 그대로 멈춰 있다.
누군가에겐 도서관이 쉼터이자
잠시 피신처가 되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문 코너에선
할아버지 한 분이 조용히 스포츠면을 넘기고 있다.
가끔 ‘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세상과 아직 단단히 연결돼 있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다양한 풍경들 속에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희한하게도 이 조용한 공간에 오면
평소보다 글이 더 잘 써진다.
바쁘다는 핑계로 놓쳐왔던
생각들과 감정들이
하나둘 다시 말을 건다.

그래서일까,
도서관은 내게 일종의 리셋 버튼이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누구와 대화하지 않아도,
내 안의 나와 조용히 마주할 수 있는 곳.

이 글을 마치면
‘브랜드파워’와
‘장사목을 찾는 121가지 입지 여행’이라는
생소한 제목의 책 두 권을 펼쳐볼 생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관점을 기대하며.

혹시 올여름 피서지를 고민 중이라면,
사람 북적이는 해수욕장 대신
조용한 도서관 한 켠을 추천하고 싶다.
책은 물론, 사람 구경도 쏠쏠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가장 시원하게 환기되는 공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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