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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영원한 제국은 없었다

-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by 물구나무

나는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른다.
사실, 별 관심도 없다.
뉴스를 보며 한숨 쉬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늘 이렇게 생각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 삶이 크게 달라질까?”
정치란 건 나와는 거리가 있는 세계 같았고, 어쩌면 관심을 가져봤자 피곤하기만 하다는 무기력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 3년은 달랐다.
나라 전체가 소란스러웠다.
단순한 정쟁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곳에 균열이 일었다.
지인들과의 대화는 정치 얘기만 나오면 금세 언성이 높아졌고, 가족들끼리도 대통령 이름만 나오면 싸움이 되었다.
그만큼 사회는 극단으로 나뉘어 있었고,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구치소로 향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그리고 작년 12월 3일.
TV에서 본 장면은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시민들이 장갑차 앞을 가로막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과 시청 광장에는 각기 다른 진영의 사람들이 서로를 규탄하며 거리를 메웠다.
이념과 진실, 정의와 법치라는 단어들이 공중을 맴돌았지만, 정작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정의인지조차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 모든 중심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가 왜 계엄령을 선포했는지는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쪽은 그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말하고, 또 어떤 쪽은 무너지는 국가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결과는 실패였고
그는 어제 구치소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유죄 여부는 이제 법정에서 다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뉴스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정말 ‘국민’을 생각했을까? 아니면 자신만의 제국을 꿈꿨던 걸까?

역사 속의 제국과 권력을 떠올려본다.
칭기즈칸처럼 세계를 제패하려 한 인물도 있었고,
히틀러처럼 강력한 지배 체제를 통해 이상을 실현하려 했던 이도 있었다.
중국의 진시황은 불사의 제국을 꿈꾸었고,
우리나라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장기집권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들 중 어떤 이는 영웅이 되었고,
또 어떤 이는 역사에 악인으로 남았다.
권력은 언제나 그렇게 두 얼굴을 갖고 있었다.

내가 아는 세종대왕
내가 아는 정조대왕

반면, 지금까지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들도 있다.
세종대왕, 정조대왕, 성종.
이들이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왕좌에 오래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권력을 백성의 삶을 위해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불편함과 저항을 감수했다.
나라의 기틀을 다지고, 미래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며,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만약 그런 마음으로 국정을 이끌었다면, 그가 오늘날 구치소에 들어가는 상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였다면,
국민들이 그 진심을 외면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든, 이제는 역사가 판단할 몫이다.
세월이 흐른 뒤, 그가 성군으로 남을지 폭군으로 기록될지는 그의 말과 행동이 아니라, 그것을 기억하는 국민의 마음속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마음 한켠은 씁쓸하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묘한 불안감이 드는 건 왜일까.
지금의 대통령도 똑같은 길을 가는 건 아닐까 하는, 그 알 수 없는 불안감.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재명 대통령님께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먼 훗날, 당신이 역사 속에 어떤 이름으로 남게 될지는, 오직 당신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진심은 결국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로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반드시 그 진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헌법의 문장을 남기고 싶습니다.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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