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가족과 함께 정선에 있는 정선 카지노에 다녀왔다.
한 번도 카지노라는 곳에 가본 적이 없어서, TV 속 장면처럼 반짝이는 불빛 아래 사람들이 진지하게 게임을 하는 그 모습이 실제로 어떤지 궁금했다.
음.. 나도 올인의 이병헌이 될 수 있을까?
9천 원짜리 입장권을 사고, 검색대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느낀 건 “와, 사람 진짜 많다...”였다.
마치 시장처럼 시끌시끌하고, 공기 중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입구 쪽엔 파친코라 불리는 슬롯머신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앉을자리도 없이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처음이라 어리둥절했지만, 남들 하는 거 보고 나도 조심스럽게 만 원을 넣어 따라 해 봤다.
결과는?
5분 만에 사라졌다. 내 만 원 ㅠㅠ
이게 뭔가 싶어 허탈하게 웃으며 나는 게임은 포기하고 그냥 구경꾼으로 돌아섰다.
게임 테이블 쪽으로 가보니 블랙잭, 바카라, 룰렛, 주사위 등 다양한 게임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룰은 하나도 모르겠고 칩은 하나같이 화려했다.
몇백만 원어치를 칩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나조차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는 그저 무료로 나눠주는 커피랑 탄산음료를 실컷 마셨다.
‘본전은 음료수로 뽑는다’는 다짐(?)으로 말이다.
만원 잃고 나서 마신 커피가 유난히 더 맛있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엄마는 카지노 안 공기가 나쁘다며 밖에서 쉬고 계셨다.
그러더니 계산기를 꺼내 들고는 “여기 하루에 몇 명이 올까? 한 사람이 평균 얼마를 쓸까?”
혼잣말을 하더니 몇 번 계산을 해보곤 감탄하셨다.
“와... 엄청 벌겠다. 이 돈은 누가 다 가져가는 걸까?”
나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누가 가져가는진 모르겠지만, 엄만 아닌 건 확실해 ㅋㅋ”
그러고 보니 궁금해졌다.
왜 사람들은 이곳에 오는 걸까? 정말 돈을 따기 위해?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
실제로 돈을 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면 나처럼 9천 원 내고 음료수 마시며 호기심을 채우러 오는 걸까?
카지노 근처엔 전당포가 유난히 많았다.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갔다.
물건을 맡기고 현금을 받아 게임 자금으로 쓰는 사람들.
그 생각에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문득 궁금해서 챗GPT에게 물어봤다.
“AI는 카지노에서 돈을 딸 수 있어?”
답변은 이랬다.
“카지노는 기본적으로 장기적으로는 집이 이기도록 설계돼 있어서, AI도 돈을 딸 수는 없어요. 다만 확률을 분석해서 덜 잃는 방법은 있을 수 있죠.”
이세돌을 이긴 AI조차 못 이기는 카지노라면,
사람들이 여기에 오는 이유는 '돈'이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
스릴? 자극? 혹은 잠시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
어쩌면, 이 공간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도망칠 수 있는 작은 판타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확실하다.
다신 갈 일 없지만 만약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슬롯머신은 건너뛰고 음료만 마시러 가야겠다.
그래, 그게 내 방식의 카지노 즐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