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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성 Dec 02. 2023

[책] 손원평의 『아몬드』

어른에게 사랑받은 청소년문학도서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호두처럼 생긴 뇌 안엔 아몬드처럼 생긴 ‘아미그달라 (Amygdala)’가 있다. 편도체라 불리는 이 부위는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및 불안에 대한 학습,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미그달라가 예민하면 작은 자극에도 공포심,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이 치솟아 일상생활이 어렵고, 반대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위험한 상황에도 위기를 느끼지 못하기에 생존에 불리하다.

주인공 ‘윤재’는 머릿속 아몬드가 남들보다 작아 기쁨, 슬픔, 사랑, 두려움 등의 감정이 희미한 ‘감정 불능증’ 다른 말로 ‘알렉시티미아’이다. ‘윤재’는 희. 노. 애. 락. 애. 오. 욕을 감정으로 느끼는 대신 글자와 개념으로 학습하며 사람들 사이에 튀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러던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유일한 가족인 할멈과 엄마는 웃고 있었단 이유로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사건을 목격한 윤재는 사건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경험했지만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 채 혼자가 된다. 살아가기 위해 감정을 글로나마 배우려 했던 윤재와 즐거움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희생된 할멈과 식물인간이 된 엄마. 아이러니한 상황, 홀로 남은 ‘윤재’에겐 끊임없이 질문이 떠오르지만 더 이상 답을 해줄 사람은 없다. 그렇게 홀로 17살을 맞이한 윤재 앞엔 폭력적이고 분노로 가득 차 늘 삐딱한 ‘곤이’, 그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웃고 나쁜 일이 있으면 울고, 달리는 것도 그냥 달리는 ‘도라’가 나타났다.

『아몬드』는 청소년소설이다.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출간되었지만, 오히려 어른들에게 주목받았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후천적 ‘공감불능’이 되어가는 우리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성장이 잊고 있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사랑을 깨우치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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