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X를 담아, 당신에게

1920년 실화, WICKED LITTLE LETTERS

by 향단

★★★★★

캐나다: 2023년 9월 9일(토론토 국제 영화제)

영국: 2024년 2월 23일

미국: 2024년 3월 29일

한국: 2024년 5월 3일(전주국제영화제)


감독: 테아 샤록


1920년대, 영국의 작은 해안 마을 리틀 햄튼. 어느 날, 신실하고 보수적인 독신 여성 이디스 앞으로 충격적인 욕설 편지가 도착한다.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로 가득한 익명의 편지들로 온 마을이 발칵 뒤집히고, 이 편지 테러 사건은 곧 영국 전역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다. 사람들의 오해가 쌓이며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유력한 용의자로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 로즈가 떠오르는데... 과연 이 문제의 발신자는 로즈일까, 아니면 그저 가벼운 장난을 치고 싶던 다른 누군가일까.

- 출처: TMDB



스포가 있는 짧은 후기입니다.


x를 담아, 당신에게4.jpg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인 <올리비아 콜먼>의 이름을 보자마자 클릭했다. 역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영화 초반부터 누가 범인인지 짐작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그런 일을 하게 된 이유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다. 성차별이 일반적인 시대에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살면서 억눌린 분노를 익명의 편지를 통해 아낌없이 분출하던 '이디스'는 결국 그녀의 엄마까지 죽음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마음속 분노를 영국 전역으로 점점 더 넓게 퍼뜨리다가 마침내 긴 꼬리를 밟히게 된다.


경찰 호송차에 올라탄 후 아버지에게 마지막 한 방을 날리고 속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는 '이디스'와 딸의 입에서 쏟아지는 거친 입담에 혼이 빠진 듯한 표정의 아버지. 이 마지막 장면은 그동안 '이디스'가 보냈던 수많은 욕설 편지의 진짜 수신자가 그녀의 아버지였음을 보여주며 나에게도 카타르시스가 넘쳐나는 웃음을 선사했다.


x를 담아, 당신에게.2-1.jpg


비록 '이디스'의 몸은 감옥에 수감되지만 드디어 그녀의 마음은 감옥에서 탈출했다. 평생 동안 갇혀있던 여성의 본분이라는 감옥, 착하고 신실한 기독교 여성이라는 감옥 그리고 아빠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보수적 시대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한 그녀의 마지막 웃음은 행복한 자유의 노래였다.


입이 거친 '로즈'를 유력한 범인으로 몰고 가는 상황은 지금도 우리가 흔히 하고 있는 실수이다. 겉만 보고 속을 판단하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백번 천 번 자신을 돌아보라, 비록 입 밖으로 욕을 내뱉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과연 나는 깨끗한 인간인가.


'로즈'의 거친 입담이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게 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친구 A와 B가 중첩되는 것은 왜일까?

몇 년 전, 내 친구 A가 나와 연관된 다른 친구 B 때문에 나와 거리를 두게 된 일이 있었다. A와 B는 서로 안면이 없던 친구들인데 내가 중심이 되어 다 같이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된 날이다. 욕을 못 하는 A는 말끝마다 욕이 붙는 B의 말투를 불편해하더니 결국은 나와의 관계도 끊어버렸다.

물론 욕을 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말끝에 붙이는 욕이 B의 인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와 B와의 관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A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두 친구를 모두 좋아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x를 담아, 당신에게.3.jpg


영화 속에서 1920년대 영국의 생활환경을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고, 성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여성 경찰 '글래디스 모스'의 역을 맡은 <안자나 바산>이라는 여배우를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나에게는 별 다섯 개 영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수는 무조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