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해마다 수많은 신인 소설가가 등장하지만 오래 살아남는 경우는 드문데, 그 까닭은 무엇인가. 누구나 소설을 쓸 수는 있지만 '직업소설가'로 사는 건 녹록지 않다는 증거다. 소설가로 살아남으려면 무명 시절의 가난에 대한 내구력을 보여야 하고, 소설 쓰기의 고독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견인력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석주의 <슬픔을 맛본 사람만이 자두 맛을 안다>를 읽는 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무튼 닥치는 대로 읽을 것,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킬 것, 수많은 뛰어난 문장을 만날 것"을 권유하면서, 이것이 소설가에게 요구되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훈련이라고 말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며 날마다 묵묵히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동시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이 첫 단계에서 많은 신인작가가 ‘앗, 뜨거워라’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자발적으로 이 직업군에서 떨어져 나간다. 첫 단계의 시험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소설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내적인 충동, 장기간에 걸친 고독한 작업을 버텨내는 강인한 인내력”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예술가의 삶은 결코 쉽지 않구나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비생산적인 생산의 시간><데뷔의 순간>이라는 영화감독 지망생과 감독 데뷔 과정을 담은 정지혜 북 디렉터의 책 처방을 읽는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지망생 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보통의 삶을 사는 것도 불안한데 그들은 어찌 살아가는 것일까. ―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다 불안한데 왜 하고 싶은 일을 안 하고 사냐고요. 잘될 거라는 믿음은 없지만 그 일이 왜 이리 힘들까, 생각한 적은 없어요. 행복해지기 위해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욕망해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고 싶은 이들의 말이다.
글을 쓰는 것에 회의가 들 때마다 쳐다보는 글이다. 생각지도 않게 우리말에 대한 글도 썼으니 나는 작가이기는 한데 베스트셀러를 쓰고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글을 쓰는 동안은 행복하고, 주위 사람에게 글을 쓴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즐겁다. 단지 그뿐이다.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쓰는 것도 그렇다. (끝)
우리말 둘레길 : 책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