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심리)분석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치유하며 나만의 꿈을 이루다.
1화 : 상처받은 진돗개
2022년 1월 17일 꿈.
#1. 계곡 한쪽
나는 강원도 동해에 살 때 즐겨 갔던 무릉계곡에 가족들과 함께 왔다.
꿈속의 나는 지금의 내 나이(47)다.
평상처럼 넓은 바위 한쪽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무릉계곡 입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터다.
그곳에 자리 잡은 아빠와 우리 가족, 그리고 사람들.
아빠는 (모르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 앞에서 본인이 자식을 위해 무얼 했는지에 대해 프리젠테이션 하듯 발표를 하고 있다.
빔 프로젝트 같은 화면에 아빠가 우리(언니, 나, 남동생)랑 놀아준 목록들이 쫙 보인다.
화면 맨 끝에 괄호가 적혀 있는데,,, 괄호 안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를 사람들이 맞춰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고 크게 외친다.
"부곡 화와이~~!"
그랬더니 아빠가 "딩동댕~~~! 정답!" 이라며 엄청 좋아하신다.
장면이 바뀐다.
#2. 계곡의 한 식당
나와 아들 지호, 그리고 원가족(결혼하기 전의 가족, 즉, 엄마, 아빠, 언니, 남동생, 그리고 나)이 밥을 먹으러 계곡 근처의 한 식당에 왔다.
우리 테이블 위로 고기 한 접시가 놓여 있는데, 흰 사기 접시 위로 고기 세, 네점이 놓여 있다.
뼈 주변으로 고깃덩이가 아주 실하게 붙어 있다.
아들 지호가 좋아라 하더니,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
나까지 먹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 난 본능적으로 거부반응이 인다.
저 고기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랄까...?
그때, 우리 테이블 주변으로 흰 진돗개 한 마리가 돌아다닌다.
얼굴이 아주 잘 생긴 흰 진돗개.
흰 진돗개는 평소 내가 좋아하는 개종이다.
한 3-4살쯤 돼 보이는 진돗개.
그런데 바닥이 옛날식 비닐 장판이라 그런가? 걷는 게 좀 이상하다.
미끄러지듯 말듯... 발발 거리는 모습이랄까?
자세히 보니 왼쪽 발을 절룩거리는 것 같아보인다.
어딜 다친 건가...?
나는 그제야 진돗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군데군데가 빨갛다.
흰 바탕에 군데군데 새빨간 개.
순간 소름이 쫙 끼친다!
빨갛게 보이는 곳은 개의 눈과 턱밑, 4개의 다리의 안쪽 근육 쪽이었는데, 그 부분이 다 누군가에 의해 도려졌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순간 직관적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에 우리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접시 위의 3-4점의 고기가 이 진돗개의 살점이었구나...!
마치 회를 먹을 때, 생선 대가리를 데코해 나오듯이 고기 접시와 진돗개가 같이 온 것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된다. 믿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흰 진돗개가 계속 절룩거리며 내 주변을 걸어 다니는데, 얼마나 아플까....
가슴이 미어진다.
#3. (초등 1-4학년 때까지 살던) 2층 주택
강원도 동호동 베란다가 있는 2층 주택이다.
전 씬의 그 흰 진돗개가 함께 있다.
그런데 언니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더니, 연기가 날 때까지 달군다.
언니가 배가 고프단다.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나 싶은데...
맙소사...!!!
언니가 강아지의 콧등, 윗입술, 그리고 혀를 손으로 만지면서,,, 그걸 잘라 구우려 한다.
다들 미친 것 같다.
나는 기겁해서 그 진돗개를 보호한다. 그리고 밖으로 내보낸다.
그 시절, 내 심리적 아지트였던 베란다로.
(참고로 우리집은 2층 주택의 2층에 전세들어 살고 있었는데, 안방-거실- 작은방으로 이뤄진 구조에, 거실로부터 이어지는 문을 나가면 커다란 베란다가 있었다. 그곳엔 아빠가 만들어주신 그네도 있었고,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신 엄마의 화원도 있었고, 한때는 500원 주고 가져온 병아리가 닭이 되어 머물던 닭장도 있었다.)
엄마가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면서 왜 화를 내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가 언니의 만행을 얘기하면서 미친 것 같다고 하니까 엄마가 언니한테 막 뭐라고 한다.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난 진돗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이런 처지에까지 몰린 진돗개가 안쓰러워 심장이 아파서 죽을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그러면서 난 다짐했다.
'그 진돗개를 꼭 보호해서 완치시키고야 말 거야...!'
프로이트와 융에 의하면, 꿈은 은유와 상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인류 역사와 함께 성장하고 만들어진 집단 무의식을 반영한다.
때문에 꿈 속에 나오는 인물(캐릭터)와 대상은 우리가 지난 수천년간 생활해오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것들이 부여해온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꿈 속에 등장한 나의 나이가 현재의 나인지, 과거의 나인지에 따라서도 의미하는 것이 달라지고, 개는 현재 우리 인간과 가장 친숙한 존재가 되기까지 역사로 추정컨대, '적응'이나 '사회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꿈 분석은 꿈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상징과 의미를 알아야 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직관이나 상황, 그리고 꿈속 이야기의 맥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한 장면에서도 다층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당시 내가 처한 상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조각꿈처럼 단편적인 것이 많은 걸 내포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처럼 꿈을 많이 꾸고 비교적 많은 부분을 기억하는 사람의 경우, 기-승-전-결의 스토리 구조를 갖는다.
이 꿈도 처음-중간-끝의 스토리 구조의 꿈이었다.
난 이 꿈을 꾼 후, 다섯분의 상담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그 중 공통된 부분도 많았지만,
꿈 분석에서 중요한 점은 '아,,,! 그런 거였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의 해석이야 말로 비로소 본질에 가까운 해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내 꿈을 분석한 결과를 공유해보려한다.
- 꿈을 꿀 당시의 나의 상황
우선 꿈을 꾸던 당시의 내 상황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면,
오리지날 드라마(제목: 라플라스)로 스튜디오 드래곤과 계약을 하기 위해 2021년 내내 작업을 했던 후였다.
결국 21년 12월 즈음, 결국 계약 직전까지 갔던 내 오리지널 드라마는 계약을 할 수 없었고,
때문에 나는 많이 상심해 있었다.
드라마 하나를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과 네트워크와 운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비로소 가능한데, 결국 뭐 하나가 삐끗해서 결국 계약이 무산되었다.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기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주변 작가들로부터 다른 작업들을 소개 받아 잠깐 쉬어가는 타임을 가지려고, 몇몇 PD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2명의 피디로부터 내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를 들어야 했고, 결국 '난 스토리 작가로서의 재능이 없는 것인가?' 회의와 의심을 할 때였다.
그런 좌절의 시간을 겪고 있을 때, 꾼 꿈이다.
- 분석
꿈속에 등장하는 강원도 동해시는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지냈던 동네다.
특히, 동해 동호동의 2층집 주택은, 3남매의 둘째였던 내가 가족들 사이에서 많이 소외되고, 궂은 일을 혼자 도맡아 하면서 마음 아팠던 그 시절, 내가 살던 집이다.
그에 반해, 무릉계곡은 소외되고 차별을 받으며 일상을 살았던 집과는 달리,
물고기 잡고 물놀이를 하면서 다른 형제들과 똑같이 평등하게 행복을 느끼던 공간이었다.
2022년 1월, 드라마 제작사 대표 김OO과 김OO 피디가, 아직 무명작가인 나를 차별하고 막 대했던 일은,
내 서러웠던 초등 시절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
홀로 외롭고 서러웠던 시절... 존재감도 없이 시녀처럼 살았던 시절.
그래서 무릉계곡이 그야말로 무릉도원처럼 좋았던 시절.
진돗개는 상처받은 내 영혼이다.
꿈분석에서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인간의 정신 중에 ‘적응’과 '사회화'를 의미한다.
난 지금 권위를 가지고 무명작가인 나를 막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적응하느라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적응'을 의미하는 진돗개의 신체 부위 중 가장 예민한 부위들, 눈과 턱밑, 그리고 나를 지탱할 다리 근육들이 다 도려져 벌겋게 드러나 있다.
눈이 도려져 사리 분별을 할 수 없이 상처받았고, 그래서 다리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만큼 아프다.
하지만 진돗개는 다행이 죽지 않았다.
왼쪽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장판 위를 여전히 발발 거렸고,
심지어 혀를 잘릴 뻔한 극한의 상황, 즉 발언권을 잃을 뻔 했지만 다행이 엄마와 나의 노력으로 극적으로 보호됐다.
개는 또한 내 상처받은 글이고 자존감이다.
하지만 아들 지호(실제로 내 아들이자 꿈속 상징으로는 내 작품)가 천만다행으로 그 고기를 다 먹어치웠다.
내가 고통으로 만들어낸 존재, 즉, 내 글이 그 실한 고기를 먹었다.
당장은 아리고 고통스럽겠지만, 그 고기를 먹음으로써 분명 성장하고 발전할 자원이 될 것이다.
정말 다행이다.
날 무시했던 그 피디들의 눈빛대로,
[내가 그렇게 못난 작가인가?]
이 이슈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스토리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 사람들 말은 여러 의견 중에 하나 일 뿐이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눈과 사지가 뜯겨져 피를 철철 흘리도록 아프다는 거다.
치유하고 회복해야 한다.
다행이 나는 내 아지트였던 베란다로 진돗개를 데려가 보호하고 회복시킬 생각을 했다.
초등학생 시절, 난 외롭고 힘들 때마다 베란다에 있는 그네를 타며 오르락 내리락하는 세상을 구경했고, 매 순간 새 순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관찰했으며, 대낮에도 울어대는 어린 닭을 보며 엉뚱한 상상을 하며 날 위로하고 치유했었다.
어렸던 나도 나만의 공간에서 그렇게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다시 일어났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도 분명이 회복되고 성장을 이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