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언제부터인가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껏 나를 지탱하고 지배해 온 정서는 무엇인가.
잘하지도 못하면서 나는 왜 그렇게 끝없이 무언가 '쓰고 싶어'해 왔는가.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이 질문들로 나 자신을 벽으로 몰아세우는 날엔
어김없이 쓰디쓴 사유의 늪을 헤맨다.
그리고 한참 후, 저 끝 어디쯤에서 어슴푸레 반짝거리는 빛을 발견한다.
나는 가난했다.
배고픔에 서러웠던 유년 시절부터 가난은 나를 지독히도 따라다녔다.
나는 가난과 함께 성장했고,
가난으로부터 절망을, 주저앉는 법을 배웠다.
때로 외면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가면을 쓰고라도 나는 가난으로부터 달아나 살고 싶었다.
하지만 가난해 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큰 올가미이고, 빠져나오기 어려운 미로인지를...
아무리 애를 써도 가난 앞에선 무릎 꿇어야 하는 일들이 나를 무참히도 괴롭혔다.
하지만 꼭 그렇게 나쁘기만 했을까?
조그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남루하고 초라한 것들은 내게 사유의 시간을 주었다.
결핍되어 있기에 얻을 수 있는 정서적 풍요도 있었다.
어찌 보면 지금의 나를 존재하도록 해준 많은 것들 가운데
가난과 누추, 궁핍과 결핍은
내 정서적 근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은 나의 참 아픈 구석이다.
부끄러웠다.
창피했다.
그리고 너무도 불편했다.
애처롭기도 한 나의 가난한 영혼...
이제는 좀 먼지 털 듯 툴툴 털어버리고 싶다.
실컷 토해내고 나면,
훤히 드러내고 나면,
그러고 나면 나 자신에게 조금은 위안을 줄 수 있을 것도 같다.
나를 위로하고 어르고자 하는 이 길을 위해
나는 이곳 브런치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롯한 그 고백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제는 그만...
가난과 비루함이 주는 기억의 고통에서 조금은 비껴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