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긴급구호대 VS 국제구조대(2회)
해외긴급구호대와 국제구조대는 무엇이 다를까?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에 ‘해외긴급구호란 해외재난 지역에 의하여 발생한 피해의 감소, 복구, 인명구조, 의료구호 등 정부 차원에서 피해국을 긴급히 지원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해외긴급구호대를 파견하지 못할 땐 의료시설을 포함한 구호 물품과 장비의 지원, 현금지원, 보건의료 활동, 수송지원, 임시 재해복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국을 돕는다. 정부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피해국 정부의 요청과 우리나라의 국제적, 경제적 위상을 고려해 피해국 또는 국제기구와 긴밀한 협력하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해외긴급구호를 수행한다.
해외긴급구호대는 법률에 따라 피해국 또는 국제기구로부터 구호를 요청받거나 구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민ㆍ관 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를 소집해 파견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파견은 피해국의 요청이 필수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 대응은 외교부의 발 빠른 외교채널 가동과 정부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큰 몫을 했다. 아울러 튀르키예도 대한민국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가 신속하게 편성돼 파견될 수 있었다. 이번 해외긴급구호대는 외교부(KOICA)와 행안부(소방청), 국방부(공군본부, 특전사령부, 의무사령부)로 편성됐다. 솔직히 특전사가 함께 파견돼 놀랐지만 다른 의미에서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해 준 튀르키예에 도움을 주고자 대한민국 국방부의 간판스타 특전사가 도우러 간다면 명분은 충분했다.
지진 등 해외재난 시 파견되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편성은 외교부의 KOICA가 현지 물류를 담당한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에서는 인명구조,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 의료팀은 현장에서 구조된 인원의 응급처치와 대원들의 건강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번엔 국립중앙의료원 의료팀이 아닌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의 군의관 2명과 간호장교 4명이 함께 했다.
처음엔 인원과 장비 등 세부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파견 규모를 예측할 수 없었다. 이는 해외재난 상황이 다양하고 정부 지원 범위에 융통성을 주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 대응 해외긴급구호대 인원은 지금까지 파견된 인원 중 가장 많은 121명이었다. 해외긴급구호대장은 외교부 원도연 개발협력국장이 맡았다.
튀르키예 지진 대응 해외긴급구호대는 출국 전부터 많은 언론에 조명을 받았다. 뉴스를 보면서 해외긴급구호대와 국제구조대를 동일개념으로 작성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기사를 작성하신 기자분들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구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국제구조대는 해외긴급구호대 일부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제구조대만 단독으로 파견될 때도 있다. 2007년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는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에서 운용하는 국제구조대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해외 재난지역 피해국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파견됐다. 최근 국제구조대 파견 사례는 2019년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을 태운 유람선이 크루즈선과 충돌해 침몰한 사고다. 이때 정부에서는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국제구조대를 포함해 다수 기관에서 수중구조가 가능한 인원을 선발해 파견했다.
국제구조대의 편성・운영에 관한 규정에 ‘국제구조대란 외국에서 대형재난 등이 발생한 경우 재외국민의 보호 또는 재난발생국의 국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을 위하여 편성 및 운영하는 구조대’라고 명시돼 있다.
국제구조대는 소방청에서 업무를 주관한다. 중앙119구조본부에서는 운영, 교육ㆍ훈련에 관한 사항을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긴급구호대와 국제구조대는 상황에 따라 파견 규모와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국제구조대는 1997년 캄보디아 페놈펜에서 한국인 24명을 포함해 65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전원 사망한 사고에 처음으로 파견됐다. 그 후 2023년 튀르키예 지진까지 총 18회 해외재난 발생 피해국에 파견돼 생존자 9명을 구조하고 안타깝게 희생된 560명의 시체를 수습했다. 또 국제구조대의 위상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11년에 UN INSARAG 등급 분류(IEC, INSARAG External Classification) 평가를 받아 세계에서 18번째로 ‘Heavy’ 등급을 획득한 나라가 됐다.
INSARAG 등급 분류 평가 결과에 따라 Heavy, Middle, Light로 나눠진다. 이 중 Heavy 등급을 받게 되면 국제적 수준의 구조역량을 보유한 국가로 인정받게 됨과 동시에 해외재난 시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진다.
INSARAG 등급 분류 평가를 받는 이유는 첫째, 세계적 구조실력을 검증받기 위해서다. 평가는 INSARAG 체계를 이해하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동원소집부터 훈련종료까지 모든 절차를 분야별 국제평가관에 의해 평가받게 된다.
수많은 절차 중 RED가 하나만 나와도 탈락이다. 한마디로 Heavy 등급을 받기 위해선 75명의 평가 수검 대원들이 혼연일체가 돼 최선 그 이상의 노력과 열정이 요구된다. 둘째, 해외재난 발생 시 피해국에서 구조 능력이 우수한 구조팀 파견을 우선 요청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재난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내가 대통령이라면 어느 나라에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UN에서 검증된 우수한 구조팀을 보유한 나라에 먼저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튀르키예가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구조팀 파견을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INSARAG 재등급 분류(IER, INSARAG External Reclassification) 평가는 5년마다 이뤄진다. 2016년 재등급 분류 평가받아 Heavy 등급을 재인증했고 2021년 재등급 분류 평가는 코로나 사태로 연기돼 2023년 10월에 진행됐고 Heavy 등급 재인증을 받았다.
이처럼 세계적인 구조기술 수준을 유지하며 국내 재난 전문 대응조직으로, 때로는 해외긴급구호대(KDRT) 또는 국제구조대로 파견돼 우리나라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우리는 국가대표 소방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