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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훼손했을 뿐인데... 징역?"

by 리포테라

실수 하나로 형사처벌 받을 수도
현행 경제법에 숨겨진 8403개 규정
과도한 중복 제재, 개선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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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활동 중 형사처벌로 이어질 가능성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화장품 매장에 라벨이 훼손된 제품을 진열했을 뿐인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활동 중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법 위반 행위가 840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한 행정 착오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재의 법 체계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처벌만 8403개… 과잉 규제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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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 / 출처 :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21개 부처 소관 경제법률 346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총 8403개의 법 위반 행위가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91.6%인 7698개는 법인까지 함께 처벌되는 양벌규정이 적용된다.



2개 이상의 처벌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는 조항은 2850개(33.9%)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이중 제재 1933개, 삼중 제재 759개, 사중 제재 94개, 오중 제재 64개에 달했다.



예를 들어, 사업자 간에 가격이나 생산량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간주돼 징역형과 벌금,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 최대 4가지 제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경미한 실수도 ‘형사처벌’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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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단순한 행정 실수조차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매년 제출해야 하는 지정자료 중 일부가 누락되거나 착오가 생겨도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실제로 실무자의 실수나 친족의 정보 제공 거부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현행법상 예외 없이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화장품법에서는 라벨이 훼손된 제품을 진열만 해도 판매 목적 보관으로 간주돼 최대 징역 3년 또는 30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건축법상 테라스나 외부 계단에 새시를 설치하는 것 역시 사전 허가가 없으면 ‘증축’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된다.


“이게 범죄라고?”… 상식 벗어난 처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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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 출처 : 연합뉴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 제재와 단순 행정 의무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경영 리스크를 키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형벌 제도 개선이 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기업의 고의성이 없는 행정상 실수에 대해서는 형벌 대신 행정질서벌 등 금전적 제재로 전환하는 방식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처벌 규정은 명확해야 하지만, 그 적용이 과도하면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단순 실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구조는 기업뿐 아니라 전체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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