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초계기 추락 현장 / 출처 : 연합뉴스
북한의 해상 도발을 감시하던 해군 초계기가 지난 5월 포항 앞바다에서 추락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사고로 P-3CK 초계기 8대가 운항을 멈췄고, 우리 군의 해양 감시 체계는 지금까지도 부분적인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포항 초계기 추락 현장 / 출처 : 연합뉴스
해군과 민관군 합동 조사위원회는 5개월간 조사를 벌였지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특정하지 못했다.
사고기는 이륙 직후 실속(실제 비행 중 양력을 상실하는 현상)에 빠져 추락했다. 다만 이 실속의 원인이 조종 실수인지 기체 결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기 엔진에서 이물질로 인한 손상이 발견되었지만, 사고 직전까지는 정상 출력 상태를 유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해당 기체에 블랙박스나 음성기록장치가 설치되지 않아 비행 당시 정확한 상황을 복원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조사위는 사고 원인을 간접적인 증거와 시뮬레이터 실험에 의존해 분석했다.
해군은 조종사의 훈련 부족 가능성과 실속 회복 실패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사고 발생 후 추락까지 6초밖에 걸리지 않은 점에서 훈련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해상 초계기 / 출처 : 연합뉴스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해상초계기는 총 21대다. 이 가운데 P-3CK 기종 8대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나머지 13대가 한반도 인근 30만㎢ 해역을 감시하고 있다.
특히 P-3CK는 잠수함 탐지 능력에 특화돼 있어 북한의 SLBM과 잠수함 활동을 추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초계기 없이 해역을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군 관계자는 “기존 초계기의 감시 범위를 모두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잠수함 위협이나 해상침투에 대한 즉각 대응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경 항공기는 음파탐지장비(소나)를 갖추고 있지 않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초계기 전력의 부재는 국가 해양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해상 초계기 / 출처 : 뉴스1
해군은 사고기와 동일한 기종에 대해 일부 장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실속 경보장치 설치와 받음각 지시계 위치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실속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내부에서도 혼란이 있다. “사고 원인을 모른 채 비행을 재개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와 “운항을 계속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적 한계가 충돌하고 있다.
조종사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해군 초계기 1대당 조종사는 평균 1.2명 수준에 불과하다. 훈련과 경험을 쌓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조종사 인력을 단기간에 보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군은 시험비행과 훈련비행을 거쳐 운항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고의 근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조종사와 내부 인력들의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상 초계기 / 출처 : 뉴스1
해상초계기는 적의 잠수함과 수상함을 조기에 탐지하고,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전략 자산이다. 우리나라처럼 해양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해군 초계기 없이 해양안보를 유지하기 어렵다.
일본은 100여 대의 초계기를 운용하며 해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8대의 초계기가 한꺼번에 이탈한 상황에서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해군은 P-3CK를 2030년까지 운용하고 이후 차세대 기종으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그 이전까지는 현재의 초계기 전력 공백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사고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운항 재개도 불확실한 가운데, 해상 감시체계의 구멍은 쉽게 메워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