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구금 사태 / 출처 : 뉴스1·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공장이 이민 단속에 의해 급습당하면서 한국인 기술자들이 대규모 체포됐다.
해당 사안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기술 인력은 꼭 필요하다”고 밝히며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한국 기업과 기술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출처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더 잉그럼 앵글’ 인터뷰에서, 외국인 전문직 비자 축소와 관련한 질문에 “우수한 기술 인재는 데려와야 한다”며 조지아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배터리 제조는 고난도 작업이며, 미국 내에서는 아직 그런 기술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지아주에는 평생 배터리를 다뤄온 한국인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미국에서 쫓아내려 했던 건 실수였다”고도 했다.
진행자가 “미국에도 충분한 인력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가 ‘실수’라고 지적한 사건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난 9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서배너에 건설 중이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한국 기술자 300여 명을 포함한 총 47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단기 상용비자(B-1) 또는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해 설비 구축과 교육 업무를 맡고 있었으나, 불법 취업 혐의로 구금됐다.
현대차·LG 단속 현장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ABC 방송은 10일(현지시간) “당시 구금됐던 한국인 기술자 중 약 200명이 ICE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피해자 김모 씨는 “현장에서 체포 당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체포 영장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헬기와 중무장 경찰이 들이닥쳤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수갑과 족쇄가 채워졌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ICE는 현장에서 휴대전화기를 압수한 뒤, 기술자들을 수용소로 이송했다. 약 60명씩 나뉘어 수용된 방은 비위생적이었고, 일부 직원은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강화 정책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체포와 구금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차·LG / 출처 : 연합뉴스
현대차는 ABC에 보낸 입장문에서 “공장은 2026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며,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단속 당시의 대응과 현재 상황에 대한 혼란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트럼프는 지난달 아시아 순방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들 기술자는 반도체와 컴퓨터 같은 복잡한 장비를 다루는 사람들이다. 실직자들에게 그 일을 맡길 수는 없다”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속을 강하게 제지하지 않았고, 이번 발언 역시 구체적인 책임 언급은 없었다.
현대차·LG 단속 현장 / 출처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쫓아낸 건 옳지 않았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기술자들과 기업 측은 여전히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
구금당했던 한 피해자는 “여전히 왜 구금됐는지 명확한 설명을 받지 못했다. 미국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술 인력을 원하지만, 그에 대한 보호와 존중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법 해석과 절차에 따른 대우가 없이는, 기술 인재 확보도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