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정년 이후 해법 / 출처 : 연합뉴스
정년퇴직 후에도 고령층이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길이 현실화되고 있다.
포스코,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자체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며 고령 인력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 기업 맞춤형 고용 연장 방식이 정년 연장 논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 / 출처 : 연합뉴스
포스코는 정년퇴직자의 70%까지 재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했다.
퇴직 후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최대 2년까지 일할 수 있다. 연봉은 5700만~6000만 원 수준이다. 기존 급여보다는 낮지만, 정기적인 수입과 현장 경험을 살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현대차는 정년 후 계약직 형태로 2년까지 재고용이 가능한 ‘숙련 재고용 제도’를 운영 중이다.
생산직을 시작으로 판매·기술직군까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이 제도를 선택하는 퇴직자가 90%에 달한다. 기본급은 낮지만 성과급이 더해져 실질 소득은 안정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 출처 : 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정년 없는 인재’ 모델을 운영하고 있어, 기술 전문가 제도를 통해 우수 엔지니어가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이 제도를 통해 4명이 활동 중이며, 별도로 명장·마스터 제도와 사내 교수 프로그램도 운영해 퇴직 인력이 기술 전수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년 이상 근속한 고숙련 인력을 대상으로 ‘삼성 명장’ 제도를 통해 정년 후 고용을 이어가는데, 매년 10명 이상이 선발된다. 또한 올해부터 세 자녀 이상 직원에 대한 정년 후 재고용도 제도화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HD현대, 현대모비스 등 주요 제조기업들도 정년퇴직자를 1~2년간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년 후 고용 연장 / 출처 : 연합뉴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자율적 운영은 정부와 국회가 논의 중인 정년 연장 입법보다 실효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계는 법적 정년 연장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혜택이 쏠릴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법정 정년연장은 일부 정규직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에 따르면 정년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전체의 21.8%에 불과하며, 대부분 대기업과 공공기관이다.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고령자 고용은 크게 늘었지만, 같은 기간 청년 고용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1명 고용이 늘 때 청년 고용은 최대 1.5%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정년이 65세로 연장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연 30조 원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경총은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과 임금체계 개편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일본도 정년 연장 대신 재고용 중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 70% 이상이 이를 선택했다.
정년 후 재고용 / 출처 : 연합뉴스
현재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재고용 제도는 청년 고용과 고령자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산업별·직군별로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는 빨라지고, 청년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현장의 사례를 반영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