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돗대에게
돗대는 키우기 싫은 개였다.
럭키는 나의 책임감과 기대로 찾아낸 아이지만 , 신랑의 동업자는 어느 날 갑자기 가게를 지키라며 무턱대고 돗대를데리고 왔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기 강아지였다.
내가 럭키의 이름을 몇 날 며칠을 고민해 지은 이름과 달리 동업자는 갑자기 생각났다며 담배 마지막 한 개 피 돗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뭐 대충 지은 이름이었지만
마지막 남은 , 소중한 의미의 뜻이니 , 나는 뒤에서 좋은 게 좋은 걸로 만족했다.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라는 걸 배워야 하는 사회화 시기, 돗대는 한없이 가게 앞에 묶여있는 게 일상이었다.
지금의 내가 입장을 바꿔 본다면 우울증이 안 올 수 없는 옥죄임이었을 텐데, 삶의 시작부터 묶여 있으니, 그게 자신의 죄업 마냥 돗대는 바다 바람에 본인의 인생을 , 자신의 숨을 내놓았다
타의로,
어쩌다 핑계로 한번씩 가는 가게 앞 묶여 있는 돗대를 보니 이유 모를 짜증과 한숨이 밀려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감정들은 내가 책임을 져줄 수 없는 안타까움 , 미안함이었단 걸 뒤늦게 깨달았다.
당시 신혼이었던 신랑과 난, 일방적인 나의 화로 6개월간 신랑과 떨어져 살았다. 같은 집에 살았지만 철저히 분리된 생활을 하며 나는 신랑을 유령 취급 하며 지냈다
화해와 평화의 끝에 만난 돗대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꿈이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갑자기 짐승소리가 절로 나오는 늠름한 진돗개 한 마리가 되어 있었다
가게 앞 묶여 있던 돗대는 소위말하는 말썽꾸러기였다
오토바이만 보며 미친개처럼 짖어 됐고
지나가는 개들만 봐도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힘은 어찌나 세었는지 자칫 하다간 내 팔뚝이 끊어질 것 같았다 하루종일 묶여 있는 돛대를 위한 최선의 산책은 늘 엉망으로 끝났다
사회를 배워가야 하는 시기 하루 종일 묶여있던 결과였다.
신랑이 동업하던 가게는 폐업하게 되었고 동업자 형님은 돗대를 광주로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아마도 우리가 책임질 것을 알면서 그냥 던져본 소리였던 것 같지만
정말 우리가 돗대를 포기했다면 돗대의 미래는 상상하기 싫은 현재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임신과 함께 새집을 마련하게 되어 돗대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둘째 동생이 되었다
애견 학교를 6개월간 보내니 조금은 성격은 조금 좋아졌지만
가끔 돗대가 미웠다.
나만 바라보던 럭키에게 미안해서 미웠고
내가 준 애정만큼 나보다 신랑을 좋아하는 돗대를 보며 돗대의 충직함이 내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질투 아닌 질투도 느꼈다.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던 돗대가 이제는 털고 빠지고 눈도 조금은
뿌옇게 보이는 것 같다.
큰 개는 작은 개 보다 빨리 늙는다고 하던데
한없이 슬퍼지기 시작했다.
매일 잔소리와 구박에도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돗대에게
우리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원래 가족이 아닌 우리가 진짜 가족인데….
우리가 싫어하다가 잘해준 거로 기억하면 어쩌지!
어쩌지
인간의 소유의 의미가 네가 생각하는 소유와 달라
오해하고 떠날까 봐
갑자기 미안함이 바닥 끝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물이 흐른다,
먼 훗날 내가 없는 미래에는
동물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내가 지금 돗대에게 말할 수 있는 건
넌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개가 아닌
우리의 개였다고
너의 지랄 맞은 성격도 우리가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럭키에게도 모두에게 끝이 있지만 똑같은 시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 없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한날한시 함께 건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먼 미래에는 부디 소통보단 무병장수의 기술이 개발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