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퀸 Dec 28. 2023

06 "네가 꿈을 못이룬 건 행운이야."

그런가?


깨톡~

"난 네가 승무원이 되지 않은게 행운이라 생각해."


나의 필리핀 영어 선생님 Jill 의 메시지였다.





또 카톡이 온다.

"네가 승무원 안된 게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


내 베스트 프렌드의 메시지까지.




생각에 잠긴다.

"그런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네이버를 켰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검색어들. 낯선 지역 이름이 보인다. <중국 우한 바이러스>. 중국 우한? 무슨 바이러스? 뭐 그런게 있나보네~


잠시 스쳐 본 이것. 이것이 내 인생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줄 모른채 스크롤을 내린다.




내 방황은 시작됐다.

전 세계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나. 꿈이 문제가 아니였다. 걸리면 죽기까지 하는 이 좀비같은 바이러스 때문에 겁에 질려 집에서 나가지를 못했다. 어디 잘못걸리면 동선까지 다 공개되며 죄지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 점점 그 범위가 넓어져 나에게까지 오고 있었다.




카톡이 온다.


"난 네가 승무원이 안된 게 행운이라 생각해. 언제 어디서나 네가 건강하길 기도할게."

내 필리핀 영어선생님이었던 Jill 의 안부 메시지였다.  


"네 생각이 바로 났어!! 네가 승무원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 줄 몰라."

미국으로 유학갔던 베스트 프렌드 친구의 메시지까지.


그런가?



여러 감정이 들었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 맞았다. 하지만 내 꿈 한 번 못이루고, 오래 준비한 시간들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마냥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는 심정까진 아니었다. 너무 슬펐다.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항상 꿈 이룰 생각에 눈이 초롱초롱했고, 꿈만 생각하면 안먹어도 배부를 만큼 든든했던 나였다.



내가 돈이 없지 꿈이 없나. 나 어차피 될 사람인데. 언제 어디서나 당당했던 나였는데 이제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유일한 낙이 내 꿈 상상하기였는데. 꿈 이룰 생각만 하며 이 악물고 하루하루 살아온 나였는데. 다 잃은 느낌이 들었다. 나 이제 뭐해? 나 이것만 보고 달렸는데. 강제로 동작그만 상태가 됐다. 하물며 잘 다니는 승무원들까지 직장을 잃는 상황인데 막막했다.



이 사태가 끝나기는 할까?

끝난다면 언제 끝날까?

그럼 항공사는 언제 회복이 될까?

몇 년이 걸릴까?

그럼 그 몇 년이란 세월은 어떻게 보상받나?

나 이만큼 해왔는데 이제 거의 다왔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네. 하...

이정도면 그냥 내 팔자에 없나.

진짜 하늘도 무심하다.

나는 왜 이렇게 한번에 되는 게 없을까?

왜 이렇게 상황들이 안 따라줄까?

오히려 그만하라는 하늘의 뜻인걸까?

이제는 아니라는 뜻인걸까?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왜 하필 나는 승무원이였을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좋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도전했던 시간동안 배운 것이 더 많았다며 합리화 하기에 내 노력은 너무 아까웠다.



처음으로 생각했다.

"포기"



자의도 타의도 아닌 상상도 하지 못한 이유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런 상황에서도 마음 한 구석에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아주 희미했지만 분명 있었다.


"언젠가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05 지상에서 <비행모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