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영성 - 이현주 감리교 목사
안녕들 하신가? 국어사전은 ‘안녕’이라는 단어를 “안전하고 태평함”으로 풀었더군. 안전하다는 말은 위태롭지 않다는 뜻일 테고 태평함이란 근심·걱정이 없다는 뜻이겠지.
사실 이 사람이 방금 “안녕들 하신가?”라고 물은 것은 괜한 말을 한 것이네. 왜냐하면 자네들은 지금 안녕하니까. 안녕하지 않으면 지금, 이 글을 읽지 못할 걸세. 무슨 일로 잔뜩 불안한 사람이 어떻게 자리에 앉아서 글을 읽을 수 있겠는가?
그런즉 이 사람이 방금 안녕한 사람한테 안녕하냐고 물은 거니까, 지금 밥 먹는 사람한테 밥 먹느냐고 묻는 것처럼, 괜한 질문을 한 것 아니고 무엇이겠나? ㅎㅎㅎ….
이 사람도 안녕하다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안녕하지 못했어. 지난 일요일 오후 3시경* 아내와 밭일하는 중에 집에 불이 나서 가구는 말할 것 없고 양말 한 켤레 남지 않고 말 그대로 완전히 전소(全燒)했네. 집이야 다시 지을 수 있다지만 집 안에 홀로 계시던 노모님이 운명을 달리 하셨지 뭔가. 아비규환 지옥이 따로 없더군. 아내와 나란히 마당에 주저앉아 부서지고 깨어지면서 검은 연기 속에서 불타고 있는 집을 한 삼십 분 속절없이 바라보아야 했지.
(*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7월에 쓰인 글이다.)
그렇게 집 한 채가 거의 탔을 때 소방차들이 달려와 잔불을 끄고 국과수 요원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 어느새 모여든 마을 사람들이 울고 있는 아내 등을 어루만지며 눈물 훔치고 멀리서 초고속으로 차를 몰아 달려온 교회 식구들과 집안 가족들이 안타까운 얼굴로 우리를 에워싸고 망연자실 서 있는 거라. 그들이 거기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눈물겹더군. 그렇게 아픈 사람과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네.
여기 중앙에 아픔이 있는데 왼편에는 원망과 자책과 아쉬움과 절망과 분노 따위 온갖 좋지 않은 느낌과 생각들이 진열되고 오른편에는 고마움과 반가움과 희망과 애정 따위 온갖 좋은 느낌과 생각들이 진열되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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