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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 자기만의 사전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
진화 : 생각하지 않는데도 없어지지 않는 뇌를 갖게 된 인류의 변화과정.
이별 : 나에게는 그녀를 만족시킬 능력이 없고, 그녀에게는 나를 만족시킬 마음이 없는 상태 또는 행동.
참가 : 고립이 두려운 사람들이 하는 어정쩡한 행동
연애 : 효능이 입증된 유일한 만병통치약
독서 : 지구상에서 오직 한국사람들만이 취미란에 적는 단어.
작문 : 내가 읽은 책의 저자들이 모여서 한 낙서.
일기 : 소설을 쓰기에는 힘이 부족하고 시를 쓰기에는 재주가 부족한 사람들이 징징 짜면서 쓰는 글.
수필 : 소설을 쓰기에는 힘이 부족하고 시를 쓰기에는 재주가 부족한 사람들이 일기 대신 보여주는 글.
서정시 : (1) 기름종이꽃으로 만든 꽃꽂이
(2) 언어로 벽지 무늬를 만드는 유용한 행위
(3) 동화를 쓰는 게 더 어울릴 작자들이 막상 동화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쓰는 시
AI : (1) 경험담 이외에는 모든 글을 나보다 잘 쓰는 보이지 않는 기계
신앙 : (1) 지금 땅을 기어 다니는 뱀이 불과 6천 년 전에는 인간에게 말을 걸어서 사과를 먹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사실로 믿는 행위.
무신론자 : (1) 뱀이 하와에게 말을 걸었을 때, 어떤 언어를 썼을까가 궁금한 사람.
목회자 : (1) 자신도 믿지 않는 것을 바보들에게 믿게 하는 노동의 대가로 식구들을 먹여 살리는 사람.
과학자 : (1) 뱀을 해부하여 성대의 흔적이 없었음을 증명하느라 식구들을 굶기는 사람.
유사 과학자 : (1) 성대를 갖고 있었던 뱀의 화석을 찾는 사람. 또는 화석을 제조하는 사람.
바보 : 이게 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 사실을 감추려고 그냥 믿어버리는 사람.
천재 : 이미 만들어진 것의 뒤로 돌아가서, 이미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다시 만들어 보는 사람들.
교수 : (1) 존경 없는 추앙을 받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
(2) 역사와 사회에 대해 무관심해도 건축을 잘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유사 목회자.
(3) 아마추어로서 골프를 가장 자주 치는 직업군 또는 그 직업인
(4) 프로로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하는 3D 업종 종사자. (*대한민국 고유종)
중국 축구 : 한국 건축의 또 다른 명칭.
밴드 :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천력이 없는 사람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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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어느 끝에 서서 쓰는 거다.
어느 순간
아직 그 끝에 이르지 못했거나
어느 순간
그 끝에서 멀어졌다면
그때 쓰는 글은
모두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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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정신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하나의 감각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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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절망할 수 있는 능력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쟝 그르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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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지 마라.
그대가 절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 조차도.
-1913년 7월 21일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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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지 마라.
철학가보다 술 취한 어부가 말을 더 잘한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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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지 마라.
적은 없고 단지 그릇된 동료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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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일기 1987년
자질구레한 일과가 끝나면
영혼이라 이름하기도 부끄러운 것이 있어서
푸드덕푸드덕
날갯짓 소리를 내며 깨어납니다.
고독하거라
고독하거라
누군가가 타이릅니다.
그러면 나는 유배일지를 펴고
오늘 얼마큼 고독을 이루었는지 기록합니다.
내무반 초롱 안에서
지난여름 잡혀온 흰 새가
모두가 잠든 사이에 제 털을 뽑습니다.
또 발작입니다.
처형당해 잠잠하던 열정이
몸을 덮여 옵니다.
밖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관물대 안에 숨어 있던 활자들, 사진들, 그림들도
일제히 일어나서 아우성입니다.
나더러 어쩌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있을 수밖에.
무언가를 지그시 노려봅니다.
흐트러진 초점이 송곳처럼 모아지면
청소차 지나간 새벽 도로처럼
어느새 뇌는 정리됩니다. 육백오십일곱번째입니다.
발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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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텍쥐베리 : 사랑은 아끼는 자를 위해 울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다.
T.B : 사랑은 아끼는 자를 위해 울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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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벽이더덕더덕붙은빌딩을쳐다보는것은보는것만으로도넉넉히숨이차다.
-李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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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李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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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고운 목소리
십리나 밖에서도 들려오는 고급 시계소리
-李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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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漢江) 1961
(1961년이 2024년에게)
말하자면 이런거야.
허물어진 성벽에도 누군가는
깃대를 세우고 싶은거지
영광 없는 전투에서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잊혀졌고
내 누이와
내 동무의 편지마저도 아직 찾지 못했는데
장군이 명령했어.
다시 깃발을 들라고
내 깃발를 들라고
쌓여진 내 꿈을
내 발로 밟고 군화를 신었어
눈물은 나지 않았어
그리고
녹슨 장군의 영광을 위해
절뚝이는 다리로 철교를 건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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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시시하다고 느껴지는 날의 하오에는
밥보다는
짜장면을 사 먹자.
-장석주, '삶에 대하여' 일부-
*80년대 창원대학교 앞 중국집 '라인'의 성냥각에 적혀 있었던 문구
밥이든 짜장면이든
뱃속에 들어가면 똥 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하지 말자.
삶은 밥이냐 짜장면이냐 하는 문제 이상의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