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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간 디자이너에게 묻는 일에 대한 생각

[TALK] 디자인오다 설계 디자이너와의 대화

by 디자인오다


설계 디자이너의 일은 무엇이고,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걸까요? 디자인오다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회사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동료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인터뷰를 통해 공간을 다루는 설계 디자이너의 일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세요.



INTERVIEWER 마케터 양

INTERVIEWEE 설계 디자이너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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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촬영 현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막 끝났네요. 요즘 기분은 어떠세요?

계속 신경 쓰고 있던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어서 후련하기도 하고요. 늘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도 해요. 묘한 기분이에요.



설계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도면과 시안은 기본이고, 맡은 공간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루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디자인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간의 완성까지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착공 후에 현장에 필요한 디테일을 현장소장(현장 디자이너)과 함께 풀어내기도 하고, 필요한 자재를 발주하는 일도 맡아요.


특히 저희는 디자이너마다 담당 프로젝트가 있어서 단순히 보조하는 일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A부터 Z까지 책임진다고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완성되었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이 큰데요. 모니터 화면에서만 보았던 제 디자인이 실제 공간으로 완성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큰 감동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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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디자이너의 하루를 묘사한다면 어떻게 흘러가나요?

아침에 출근하면 바로 커피를 한 잔 내리고요.(웃음) 간식을 하나 들고 자리에 와서 그날 하루의 투두 리스트를 적어요. 할 일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착공 전에 진행되는 디자인 업무고, 또 하나는 착공 이후에 현장과 관련된 업무예요. 그 두 가지가 같이 진행될 때가 많으니 하루를 잘 나누어서 일을 분배하는 편이에요.


업무 시간에는 틈틈이 클라이언트나 현장으로부터 오는 요청사항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남은 업무를 정리해 둬요. 끝내지 못한 업무, 다음 날 오전에 바로 해야 할 업무를 미리 적어두는 거죠. 매일 새로운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정리해 두어야 업무가 쌓이기 전에 잘 관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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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촬영 현장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송도 새로핌의원이 의미가 깊었어요. 작업 초반에는 가장 막막하고, 감이 잡히지 않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는데요. 요청하신 내용이 두 개의 대기공간을 상반된 분위기의 공간으로 연출하는 것이었거든요. 한쪽은 밝은 느낌, 한쪽은 어둡고 동양적인 느낌으로 풀어내야 했는데, 도면과 디자인에서 양쪽 대기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게끔 만드는 일이 어려웠어요.

힌트를 준 건 동료 설계 디자이너였는데요. 제가 거의 2주 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었더니 좋은 레퍼런스를 찾아 줬어요. 비스듬히 놓인 게이트가 공간을 분리하는 컷이었죠. 거기서부터 도면을 바꿔서 새로운 제안을 했고, 클라이언트분도 만족스러워하셔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어요.


리얼리성형외과의 경우에는 디자이너로서 제가 갖고 있는 톤과 취향이 공간과 잘 맞았던 프로젝트라 기억에 남아요. 여백이 만드는 공간의 부드럽고 은은한 분위기가 잘 구현되었거든요.



디자이너 개인으로서 갖는 취향과 톤이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주나요?

반대로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스타일과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 기억에 남기도 해요. 반클리닉의 경우에는 블랙 앤 화이트, 유광, 고채도 포인트 컬러라는 디자인 컨셉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전까지 상상도 못 했던 디자인 요소이지만, 이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제 세계가 새롭게 확장된다고 느꼈거든요. 타일 작업하는 날 현장에 가서 직접 작업자분들에게 디렉션을 하며 디테일하게 신경 썼던 과정도 의미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도 잘 나왔고, 매거진에도 소개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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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인가요?

현장의 컨디션을 영리하게 푸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직도 가장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래픽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공간 디자인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이 ‘현장의 제약’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픽 디자인처럼 빈 캔버스에 채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휴먼 스케일이라는 제약 속에서 다양한 현장 컨디션을 고려해야 하죠. 엄청 큰 기둥이 있다든지, 천장이 낮다든지, 창틀이 못생겼다든지…. 그런 고민을 클라이언트분들도 갖고 계시는데요. 현장의 부정적인 조건도 마치 의도된 디자인처럼 풀어내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게 ‘공간적인 생각’이 아닐까 해요. 건물의 구조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싶어요.



‘병원 인테리어’를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의료공간의 인테리어 설계는 어떤 특징이 있을지 설명해주세요.

최근에는 병원 인테리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요구되는 감도도 점점 올라가고 있어요. 하지만, 병원은 결국 환자들을 위한 의료 공간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공간 디자인이 중요하죠. 환자의 불편이 결국 클라이언트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결정을 신중하게 고민합니다.


이를테면 소파 디자인을 하더라도 조형적인 완성도만 신경 써서는 안 되고, 실제로 앉았을 때 불편함이 없는지 체크해야 해요. 소파 형태로 인해서 앉기 불편하다든지, 동선을 방해하는 문제가 생기면 안 되고요. 심미성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게 최우선이 될 수는 없죠. 항상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려고 합니다.



공간 디자인을 하며 가장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현장의 제약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때 뿌듯했어요. 노원에 위치한 상쾌한신경과를 담당했을 때가 생각나는데요. 가장 큰 과제가 크고 못난 기둥이 대기공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그때 기둥 디자인을 공간을 감싸안는 커다란 나무처럼 보이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요. 미팅 때 클라이언트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그렇게 직접적으로 좋은 피드백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는데요.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셨어요?”라는 말을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Enscape_2025-07-04-16-11-30.png 엔스케이프로 제작하는 디자인 시안


완공일은 항상 뿌듯한 것 같아요. 마무리 세팅을 위해 현장에 가면 제가 엔스케이프(툴)를 통해서 거의 두 달 동안 화면으로 보았던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요. 아무리 과정이 힘들어도 그 모습을 보면 힘든 점이 다 씻겨나가고 뿌듯함이 커요. 게다가 그 디자인을 완전히 제가 담당했다는 점에 마치 자식을 보는 것 같은 감정이 들어요.


가끔 완공된 병원의 환자 후기를 찾아보기도 하는데요. 인테리어가 좋다, 공간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보면 또 뿌듯하고요.



처음 디자인오다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그 과정이 떠오르시나요?

디자인오다의 채용 공고를 보고, 저와 결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회사를 설명하는 방식이나 채용 공고를 쓰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게 보였거든요. 제가 자주 보는 뉴스레터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리고 디자인오다의 포트폴리오를 보았을 때 ‘병원도 이렇게 디자인할 수 있구나’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그전까지 저는 병원이라고 하면, 평범한 공간만 떠올렸거든요. 이렇게 디자인을 신경 쓸 수 있는 분야라는 걸 몰랐죠. 야근수당이 있다는 것도 지원하게 된 큰 요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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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가게놀이 / 조선호텔 뷔페 '아리아'에서 먹은 홍시 빙수 / 윤 티하우스 방문


디자인오다가 다른 디자인 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저녁 회식이 없다는 것? 주로 점심 회식으로 맛있는 걸 먹거나, 미감이 좋은 곳을 보러 가잖아요. 물론 필요할 때 직원들끼리 저녁에 술을 마시도록 지원해 주시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녁에 전사 회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는 특히 내향인이라, 저녁 회식이 있다면 큰 스트레스였을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요. 저는 설계팀 안에서 팀장님과 정말 거리낌 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궁금한 점도 편하게 물어보고요.

(저 팀장님이 화내시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팀장님이 말도 안 되게 좋으시죠. 제가 회사에 다니는 큰 동기가 돼요.


현장팀과도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 편할 때는 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농담을 자주 주고 받는데요.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면 인터뷰의 무게가 떨어지지 않을까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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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을 보여주며)) 사이가 좋아요.

(아니 왜 자꾸 연애를 하시는지….) (당연히 농담이다)

ㅋㅋ 큰 트러블이 없어요.



회사 생활 중에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첫 대화지원금이 생각나요. 차(현장 디자이너)님과 같이 송은에 전시를 보러 갔다가 커피 마시면서 대화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생각보다 더 많이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어떤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으세요?

모르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는 대신, 그걸 토대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특히 병원 설계는 기존에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르는 것들이 많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법규도 복잡하고, 도면도 특수하고. 그런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물어보면서 잘 습득하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지 않을까요? 저는 입사 초반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책하느라 조금 힘들었는데요. 그런 걱정을 하지 않고, 유연한 마음을 갖고 배울 의지가 많은 사람이라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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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디자인오다에 지원하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달해 주실 팁이 있을까요?

제가 지원할 당시를 생각해 보면, 제 모습을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고 했던 게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자기소개서부터 정말 편하게 저를 보여주면서 써냈던 기억이 나요. 면접 때도 대본을 써서 외운 듯한 말을 하기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하고 싶은 말을 했던 걸 더 좋게 봐주셨고요.


겉으로 반짝거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동안의 채용 과정을 보면서 디자인오다에서는 잠재력을 중요하게 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솔직하고 투명한 모습을 훨씬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꾸미지 않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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