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도 볼 수 없었던 광경
어릴적 밤에 아빠 차 뒷자석에 누워서 일렁이는 도시의 가로등 불빛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들을 자동차 창문으로 엿보았다. 어릴적 반짝거리는 야경에 매료됐던 그때의 두 눈처럼, 나는 도시의 밤과 야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날이 저문 어둑한 밤에 그칠 줄 모르게 반짝거리는 도시의 불빛이 이질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매료가 된다.
어릴 적에는 이런 풍경이 어른들이 보는 불빛이라고 생각했다. 늦은 밤에는 거의 집에 있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유독 어릴적 선명히 기억나는 밤의 광경이 있다. 명절이 되면 밤의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5살 때였나. 아주 어릴적 큰엄마가 운영하시던 식당에서 저녁에 가족 모임을 하고 문을 열고 나왔다. 나는 그때 커다랗고 빨간 루비가 박힌 분홍색 요술봉 장난감을 선물받고 한껏 들떠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요술봉이 반짝거렸고 몇번이고 누르며 그 반짝거리는 요술봉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그때 옆 건물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고 어른들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나섰다. 싸움이 일어났고 사람이 다친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충격과 공포를 느꼈지만 어른들의 길쭉한 다리 사이로 나는 보고 싶었다. 술집과 노래방이 즐비한 유흥 거리를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불빛들이 가득한 간판들이 빛나고 있었다. 저 아름다운 광경은 무엇일까, 더 보고 싶어서 두려움을 감수하고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아빠의 큰 두 손이 나의 얼굴을 감쌌고 눈 앞은 따뜻하고 검었다. 나의 눈을 보호했던 아빠의 손은 답답하면서도 편했던 한 공간이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어른들만의 광경, 어른들만이 보는 불빛이 있었다. 반짝였던 요술봉 장난감과는 사뭇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