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과 매서운 겨울이 공존했던 나의 일터, 초등학교 행정실
<2005년 8월 2일>
재수생에게 [알바]란 꿈을 위한 연료를 채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도 이 지루하고 비참한 재수생의 쳇바퀴 속 일상에 오직 [합격]이라는 종지부를 찍기 위한 레슨비 충당 위해 초등학교 행정실로 향했다.
하필 왜 초등학교 행정실로 향하느냐? 올 초에 인천고용센터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관공서에 필요로 하는 인력을 보충해 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면접을 보게 된 후 운이 좋게 인근 초등학교 행정실에 발탁이 되어 일하게 되었으며 오전 근무라는 꿀 같은 조건이었지만 그곳엔 치명적인 복병이 숨어 있었다.
바로 오전 10시 30분의 [냉동고] 타임.
행정실의 에어컨은 왜 그리도 가차 없이 돌아가는지. 무더위의 여름에 춥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나름 행복한 감정이긴 한데 희한하게도 그 시간의 추위는 흡사 겨울의 칼바람 같은 냉풍을 이뤄 내 자리를 공격했다.
식어버린 커피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나는 추위에 떨며 서류 업무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오직 하나.
'퇴근하고 빨리 따뜻한 여름을 느끼고 싶다.'
그 달콤한 보상만을 꿈꾸며 덜덜 떨리는 시간을 버텨냈다.
하지만 11시 30분이 찾아왔고 퇴근과 동시에 비극은 시작되었으니.
문을 나서자마자 몸 상태가 너무나도 원만해지는 것이다.
억울할 정도로 날씨에 금방 적응되는 신체. 방금 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추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알래스카 같았던 행정실을 벗어나면 상쾌하고 따뜻한 여름의 향기가 나를 반겨줄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은 김 빠진 콜라처럼 혹은 터져버린 풍선처럼 허무하게 사라진다.
상큼하지만 찝찝한, 개운하지만 억울한 이 기분.
내일 오전 10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찾아올 그 지겨운 한기의 공포가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제발, 에어컨 좀 적당한 온도로 유지해 주시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