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의 집밥을 한다는 것은
어릴 적 아침이면 늘 밥 먹으라고 소리 지르는 엄마와 밥을 먹기 싫은 나의 기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빠의 아침을 챙기시고, 등교 전 아이 셋의 밥까지 만드셨다. 언제나 들리던 엄마의 그 도마소리. 다다다다다다. 엄마는 무엇을 그리 열심히 만드셨던 걸까. 나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따뜻한 밥과 국과 늘 먹는 반찬이 내 앞에 놓이기까지의 그긴 수고와 과정을.
나는 그때 집에서 먹는 아침밥보다 0교시가 끝나고 매점에 가서 먹는 소시지빵과 값싼 주스가 더 맛있었으므로 아침을 먹는 것을 즐겨하지 않았다. 그렇게 늘 아침을 먹지 않으려고 실랑이를 벌이는 나를 엄마는 기어이 앉혀 놓고서 밥 한술을 먹이고 학교로 보내주셨다.
그때의 엄마처럼 나도 지금 그러하다. 유난히 아침에 밥을 잘 먹지 않는 첫째 택이에게 어떻게든 먹이고 싶은 마음에 숟가락질을 재촉한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얼마나 배가 고플지, 너무 배가 고파 수업시간에 혹여 힘들지는 않을지가 걱정되어서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은 엄마의 마음을, 여전히 애정 같은 것은 잘 표현하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애살없는 둘째 딸에게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지금도 바라보고 있을까.
오늘은 버섯솥밥을 만들어 보았다. 버섯을 즐기지 않지만 요즘 남편의 건강에 이상 신호들이 감지되어 나름 남편의
건강에 좋다는 음식들을 찾아 먹고 있는 중이다.
압력 냄비에 쌀을 씻고 그 위에 다시마와 버섯을 놓아 밥을 하고, 고추, 파, 마늘, 간장, 후추, 참기름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뚝딱 만든 버섯 솥밥. 나와 셋째 별이 빼고는 다 고개를 저으며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남편의 반응도 기대이하였다. 흑.
만일을 대비해 삼겹살을 좀 구워 놓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아이들의 원성이 얼마나 컸을까.
매일매일의 밥을 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잘했다고 티도 잘 나지 않는 집밥, 맛없으면 티 나게 구박받는 그 집밥. 엄마의 집밥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나에게 집밥은, 늘 즐겨 먹었던 엄마의 그 달큼하고 칼칼한 갈치조림과 엄마의 김치찌개와 매일매일 상에 올랐던 따뜻한 찌개들은 나의 사춘기를 멈추고, 나의 첫 이별도 달래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힘든 시간의 유일한 위로와
안식이었을 듯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밥을 짓는다.
밥은 ’ 짓는 ‘ 것이기에.
오늘의 하루를 ‘짓고 ‘,
아이들의 추억을 ‘짓고’,
훗날의 날들을 지탱해줄 튼튼한 기둥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