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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 Aug 27. 2024

훌쩍 커버린 너를 품에 안고.

26킬로가 넘는 너를 안고, 아기 때 너를 사무치게 그리워해.


첫째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개학하고 얼마 안돼서 그런지 아이는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피곤한 기색이다.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안 좋다고 얘기하면서도, 하교 후 지친 표정으로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싶어' 하는 아이를 보면 당해낼 수가 없다. 결국 '오늘 한 번만이야~' 하며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준다. 매일 똑같은 레퍼토리, '오늘 한 번만이야~' 그렇게 하나 둘 꺼내먹은 아이스크림은 분명 한 박스가 있었는데 이제 딱 2개밖에 안 남았다. 그날은 아이가 정말 지쳐 보였다. 땀으로 젖은 몸을 깨끗이 씻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 자체는 맑고 투명해 보였지만 아이의 표정은 회색그림자가 낀 듯 피곤함이 가득해 보였다.


첫째는 8살이지만 이미 철든 아이처럼 의젓한 행동을 할 때가 많다. 자기 몸이 더 이상 가볍지 않다는 걸 인지한 후에는 '안아달라' , '업어달라'는 말을 일절 하지 않는다. 안기고 싶을 때도 '나는 무거워서 엄마가 못 안아줘'라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는 듯 혼잣말을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날은 느닷없이 '엄마 나 좀 일어서서 안아주면 안 돼?'라는 말을 했다. 나는 아들의 '안아달라'는 말이 좀 새삼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엄마한테 안기고 싶어~? 안아줄 수 있지~~' 라며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안았다. 사실 26킬로가 넘는 남자아이를 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1분만이라도 안아줘야지 다짐했던 내 첫 마음과 달리 아이를 포옥 안고 있자니 무거움을 잊고 아이를 놓아주기가 싫어졌다.


아이는 내 어깨에 포옥 얼굴을 파묻었다. 등을 토닥이며 둥가둥가 흔들흔들거리자 아이가 좋아하며 웃는다. 벌써 8살이 되어버렸지만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아기 때모습 그대로이다. "진호야, 엄마가 너 이렇게 재워주던 거 기억나?"라고 묻자 "응"이라고 대답하는 아이. "정말 기억해? 기억 안 날 것 같은데?"라고 되묻자 끝까지 기억난다고 답한다. 아이에게 아이를 재울 때 불러줬던 노래를 부르며 몸을 좌우로 흔들며 재우는 시늉을 했다. 너는 정말 자는 걸 싫어하는 아이여서 재울 때마다 엄마가 고생했다는 이야기, 안 자려고 버티고 버티며 얼마나 울던지 재울 때가 되면 심장이 벌렁거리기도 했다는 이야기, 안 자겠다고 울고 버팅기다가도 내 품에 안기거나 등에 업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 잠이 든 너를 보며 너무 예뻐서 깨우고 싶어 졌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아이를 안고 토닥거렸다.


네가 내 품에 포옥 안겨 있으면 나는 마치 코알라가 된 것 같았다며, 내 품에 쏙 안겨있는 너는 하늘에서 선물로 준 천사 같았으며 너무 소중해서 바라만 보아도 눈물이 날 것 같았더라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는 그때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그때 아이의 냄새, 새근거리는 숨소리, 울던 목소리, 작은 아이를 안고 있던 그 느낌,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온통 너라는 존재로 가득했던 나의 세상... 그 모든 것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눈물이 났다. 이야기를 하다가 우는 나를 보며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내 가슴에 얼굴을 다시 파묻는다. "엄마 이제 내려갈래"라는 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얼마 전까지 내 품에 안겨 살던 작디작던 아이가 내 가슴팍에 올만큼 키도 크고 듬직한 8살이 되어 있다.


한창 아이를 키우느라 몸도 마음도 힘들 땐, 그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지나갈 거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 아이의 세계가 엄마로 가득하고, 아이의 온전한 사랑을 넘치게 받을 수 있던 그 시절이 그렇게 짧을 줄 몰랐다. 영유아기라고 불리는 그 시기가, 엄마의 몸과 마음이 제일 힘들다고 느끼는 시기이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의 부모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닐까 싶다. 영원할 것 같던 그 시간은 이리도 짧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그 시절은 내 가슴속에 가장 행복한 순간들로 남아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들도 훗날 내가 사무치게 그리워할 시간들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게 최선이다.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으니 후회 없어'라는 마음은 아마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에는 대입할 수 없는 감정일 것이다. 아무리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나는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이 시간을 사무치게 그리워할 것이라 하더라도,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할 것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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