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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딩 Mar 21. 2024

[후기] <패스트 라이브즈> 팔천 겹 인연의 필요조건

잠 속 세계를 알고 싶은 인연이란

3월 15일의 기록
야!!

거금 만 칠천원을 내고 패스트 라이브즈를 봤다. 씨지비 스피어 엑스관이라고 누워서 볼 수 있는 관이었는데, 그래서 비쌌던 듯. 홍보 열심히 하는 듯해서 오랜만에 씨지비 앱에 들어왔더니 할인 쿠폰만 4개가 있어서, 쿠폰이랑 포인트 이래저래 써서 팔천 육백 몇십원에 보고왔다. 꿀... 요즘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사고 확장을 가져오고.. 여기에는 돈이 따른다.. 경험은 돈 주고 사는거다라는 것에 격하게 동의하는 터라 공짜지만 공짜 아닌 듯한 이 경험의 비용이 나쁘지 않았다. 좋았다!


여튼, 한줄 총평을 하자면 꿈이 데려다놓은 현실과 타협한, 차가움에 가까운 미지근한 인연이야기 라고 하겠다. 꼬꼬마 시절 데이트까지 했던 해성과 나영은 나영의 이민으로 헤어지게 된다. 해성의 노력과 어느정도의 운, 그리고 인연의 끌어당김 덕분인지 나영, 이제는 노라인 노라와 해성은 다시금 만나게 된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고 또 헤어지고.


8천겹의 인연 끝에 사람은 만난다고 하는데, 수많은 옷깃 스치는 인연들 중에 진짜 인연은 그럼 누구인걸까? 노라 곁의 아서와, 정신적으로는 평생 곁을 함께했던 해성 중에 어떤게 진짜 인연인건지. 그렇다면 진짜 인연이라는게 있다고 할 수 있는건지. 마지막에 해성을 보내는 노라, 그런 노라와 해성이 아무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숨막히지만 안 끝났으면 했던 그 몇분, 그리고 해성을 보내는 노라를 안아주는 아서, 그리고 펑펑 우는 노라를 보면서 진짜 인연은 뭔지 다시금 주제라면 주제를 곱씹게 됐던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1) 아서가 노라에게 당신의 잠꼬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장면

노라는 노벨문학상도, 토니상도 그리고 하나 더 있었는데.. 여튼 이렇게 많은 상을 타고 싶은 꿈많은 아이였고 청소년이었고 어른이었다. 꿈과는 다르지만 아서의 입을 빌려 노라의 현생이 전해지는데,


"이스트 빌리지의 작은 아파트에 사는 당신의 모습이 좋아?" 대사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서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노라에게 이렇게 묻는다.


꿈을 찾아 왔지만 도달한 곳은 여기. 이 질문에 노라는 여기가 자신의 종착지라 답한다. 노라는 어떤 기분일까? 꿈은 아직 유효한걸지, 20대 초반 해성과 처음 전화하며 자신을 작가로 소개하던 꿈으로 에너제틱했던 그녀의 모습은 이제 사라진건지, 아니면 꿈과 거리를 두는건지, 아니면 정말 현생에 대해 딱히 아무생각 없는건지, 노라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아서가, 가끔 당신은 한국어로 잠꼬대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귀여웠지만 자신이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말에 자신은 한국어를 배운다고 한다. 이런게 사랑 아닌가!! 하는 생각이 팍 들었다. 상대의 모든 구석을 소유가 아닌 인지하고 싶다는 생각. 상대의 세계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랑인게 아닐까 싶었다. 며칠 전에 친구랑 사랑이란 뭘까,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슬아 작가의 <끝내주는 인생>에서는 내가 나만일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여기서는 상대의 세계를 온전하게 모두 알 수 있는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 같았다. 결국 상대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의 세계가 나에게 온다는 것일테고, 그러면 결국 나는 나만일 수는 없는 상태가 될테고. 그럼 이게 사랑 아닐까? 쌍방 사랑 아닐까? 싶었다.

아서는 아직 노라의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기에 노라를 향한 아서의 사랑은 아직 일방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꿈도 사랑도 온전할 수 없는 상태가 노라인가? 그래서 옛 시절의 해성을 찾는걸까? 오로지 사랑? 그리움?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2) 지금까지도 전생이라면 다음 생에서의 우리는 어떨까, 라고 애절한 해성

8천겹의 인연이라면 그러게, 정말 방금 지나간 순간도 8천겹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그러면 다음 겹에서의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인가? 근데 그렇지 않다면 언제가는 함께할 수 있는 인연인가?


독실을 글자 그대로 실천 중인 우리 엄마도 매번 인연 이야기를 한다. 전생에 어떤 연유가 필히 있기에 현생에서 인연으로 만나는 거라고. 보통 전생과 현생의 관계는 반대라는데, 예를 들면 전생에 원수지간이었으면 현생에서 죽고 못사는 관계라거나 이런식으로. 그렇다면 둘은 어떤 관계였을까? 아예 못보는 것은 또 아니고, 애매하게 남편에게 기대 펑펑 울며 그리움을 간직할 수 있는 정도의 관계라면 아마 둘은 전생에 음....노라와 아서 관계가 아니었을까. 둘의 사랑 크기가 같지 않아서 한쪽은 슬픔을 품고 있는 관계, 그렇지만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함께하기에 마이너스보단 플러스의 기쁨이 더 큰 관계! (아니면 말고..ㅎ)


여튼! 한 1시간 정도는 클리셰인데.. 어떻게 흘러가려나 싶어서 살짝 졸았는데.. 후반부에 몰아치는 인연의 감정선이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택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해성의 시선마냥 설레면서도 슬프면서도 애달프고 그랬다. 유태오와 니키리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총총

https://www.youtube.com/watch?v=YySOjFQLG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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