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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딩 Jun 27. 2024

<김씨표류기>

나는 왜 이걸 지금 보았는가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주변이 나를 그렇게 만들 뿐. 너무 무책임한 어린애 발언 같지만 진짜 그렇다. 내가 설령 뭔가를 잘못했다 한들 바뀌어버린 환경 탓에 나는 죽고 싶어'진' 것이다. 그니까 우리 모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죽고 싶게 만든 주변이 잘못인 것이다. 아무짓도 안 할테니까 여기 살게 해달란 김씨에게 도대체 무슨 죄가 있는가! 죄는 김씨 이끌어낸 구교환에게 현실에서 몸 뉘일 오리배 한 칸도, 먹고 싶은 짜장면 먹기 위해 걸리는 시간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런 주변이 다 잘못한 것이다. 그냥 일인분으로 살고자 하는 것도 어렵다. 밤섬에서 일인분 하는 그를 밖으로 이끌어낸 장마도 잘못했고, 멀쩡했던 김씨를 한 순간에 미친 타잔으로 만들어버린 버스정류장이, 마침 찍히던 지갑의 카드 후불교통 기능이 다 잘못한거다. 그니까 미친 타잔을 바라보는 시선 말고 미친 산발을 하고 달려온 정연이 내민 악수 하나에도 울다가 웃어버릴 수 있는거다. 자기 목 매달아 원래부터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는가!


그리고 밖과 단절한 사람은 그래서 더 강하다. 풀어헤친 산발을 보여주기 무서워서, 이마의 흉을 보여주기 무서워서 숨었다고는 하나 버스에서 질질 짜는 김씨에게 바이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 한강대교를 달리고 쏟아지는 시선들이고 나발이고 돈도 없으면서 버스에 올라타 김씨에게 악수를 건네는 정연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015jG5fT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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