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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람 Jul 18. 2024

감사하는 하루

아침에 감사함을  떠올리며 시작한 하루다. 

다른 날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어쩐지 마음은 더 평온하다. 

아니 따뜻하다. 

너그러워지고 상냥해진다. 

누군가가 뭐라고 해도 웃으며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시들하던 호야가 생기를 되찾은 것도 고맙고 

베란다 밖에서 키우는 고추모종이 쑥쑥 자라주는 것도 고맙다. 

깍지벌레랑 씨름하고 있던 해피트리도 깔끔해져서 고맙고 

아침의 청량한 공기도 감사하다. 


생각해 보면 감사한 일은 곳곳에 있다. 

지난해 유난히 자주 아프던 막내가 올해는 병원신세를 지지 않아서 고맙고,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해나가고 있는 둘째도 고맙고, 

대학생이 되어 나름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큰애가 고맙다.

방학이라 일이 줄어들어 심란하던 차에 단기 일거리를 제공해 주시는 분이 고맙고, 

잊지 않고 연락을 주는 동기들이 고맙다. 

벌여 놓은 일들이 될 듯 말 듯 부침이 있으나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나 자신이 고맙다. 


거세게 쏟아지는 비를 맞지 않고 편하게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쓸 수 있는 집이라는 공간이 있어주어 고맙고 

방충망이 있어 창문을 열고도 벌레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잠을 청할 수 있어서 고맙고, 

넉넉하지는 않아도 필요한 것은 주어지는 상황이 고맙다. 

폭염이라지만 따가운 해를 가려주는 구름이 있어 고맙고 

때때로 불어주는 바람이 있어 숨을 쉬게 해 주어 고맙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낄 수 있게 신체가 잘 기능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보존되고 있음에 감사하다. 




더 갖고 싶다고 욕심을 내기 시작하는 순간 이 감사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마음의 평화는 조각날 것이고 

질투와 함께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결국 안달복달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란 것이 참 이상하다. 

실체를 보여줄 수도 볼 수도 없는데 언제나 막강한 힘을 휘두른다.

상승곡선에서는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다가 

하향곡선에서는 세상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안된다. 

잠깐 방심하면 어느새 마음에 사로잡혀 끌려다니게 된다. 

정신바짝 차리고 두 눈 크게 뜨고 잘 보아야 한다. 

어찌나 천지사방으로 뛰어다니는지 어질어질하다. 


안달복달한다고 될 일이 안되고 안될 일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아끼는 대상이, 소중한 무언가가 위태롭게 느껴지는 상황이 오면 안달복달하게 된다. 

이것도 욕심이려나......? 

소중하니 지키고 싶고 대상이 평안하길 바라니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이 사랑이고 의무이고 정이라고 그렇게 믿고 있나 보다. 


하지만 어떤 경우 그 사랑이고 의무이고 정인 것이 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대상을 자기 틀속에 가두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며 그렇게 되어 주기를 바라는 형태로 드러나니 말이다. 

사랑도 과하면 안 되나 보다. 약간은 미지근하게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하나보다.

열심도 과하면 안 되나 보다. 약간은 허술하게 빈틈을 두고 있어야 하나보다.

책임도 과하면 안 되나 보다. 약간은 내려놓고 상대에게 맡길 것은 맡겨야 하나보다.


절로 절로 되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행하고 있으나 얽매이지 않는 것! 

알듯 말듯한 그 상태가 오늘은 부럽다. 

감사함 속에서 평온히 있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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