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시 (예비)신혼부부의 일상 5편
연애한 지 3년, 동거한 지 1년 반이 된 우리는 현재 공동육아 중이다.
이 아이? 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생활을 하지만 이제는 정말 가족처럼 느끼고 함께 살고 있다. 사실 나와 빈이 함께 키우고 있는 이 아이는 고양이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콜라다.
이번 글에는 우리가 콜라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동거인들의 일상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집사로 살게 된 일상을 한 줄로 평하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처럼 고양이가 왜 세상을 지배하는지 알 법도 하다. 고양이는 정말 위대하다.
어제는 콜라가 태어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어느덧 정말 많이 커버린 우리 아이는 서툰 빈과 나의 보살핌 때문인지 어느 때부터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이 더럽거나, 물이 떨어졌다거나 혹은 배가 고프면 몸을 비비거나 우렁찬 소리를 내어 운다.
이 글을 읽는 집사님들이 계시다면 아마 우리 콜라는 여느 고양이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데, 그게 맞다. 이 아이는 흔하게들 알려진 고양들의 행동과는 많이 다르다. 본성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아마 고양이에 무지했던 우리가 가끔은 사람처럼, 가끔은 강아지처럼 이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나온 결과이지 싶다.
나의 첫 회사에서 첫 동료로 만나 지금까지도 유독 가깝게 지내는 분이 있다. 나는 쏘펅이라고 부르니 그렇게 칭하도록 하겠다. 어느 날 쏘펅의 부모님의 앞마당에 길냥이가 자리를 잡고 새끼를 9마리나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굳이 선택하라면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했고, 고양이를 키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길냥이의 출산 소식은 그저 관심 없는 연예인의 근황마냥 나의 흥미를 끌지는 않았다.
콜라를 처음 만났던 저 날도 외부 출장지가 쏘펅네 부모님의 집과 가까워 지나가던 길에 잠시 들렸던 것뿐이었다. 아기고양이를 처음 봤던 나는 작고 하찮은 크기와 미친 듯이 깜찍한 외모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광대가 아플 만큼 엄마미소를 지으며 지켜보는 그 와중에 새까만 아이가 눈에 띄었다. 9마리의 형제들 중에 혼자만 올블랙이었던 콜라는 첫째로 태어나서 가장 크기도 컸고, 움직임도 많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위의 영상에서처럼 자꾸만 내쪽으로 다가왔다. 착각일 수 있지만, 나는 그게 그 녀석이 나를 간택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빈과 함께 산지 2~3달 정도밖에 안 됐을 때라서 함께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고양이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또한 찾아보니 고양이가 태어나고 3개월까지는 어미 고양이와 지내는 게 좋다 하여 우리는 시간을 더 두고 고민해 보기로 하였다.
콜라와 첫 대면을 한 지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소펅에게서 너무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새끼 9마리 중 막내로 태어났던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고양이에게는 젖이 8개밖에 없어서 잘 못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들었다. 게다가 어미 고양이가 밖에 돌아다니면서 이미 많이 마르고 기운이 없는 상태라 이제 젖도 잘 안 나온다는 말에 나머지 고양이들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콜라는 다행히 첫째로 태어나서 가장 건강했고 다른 고양이들과 눈에 띌 정도로 몸도 커있었다. 소펅네 어머니도 콜라는 충분히 커서 어미 고양이랑 떨어져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나는 바로 콜라를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고맙게도 빈은 내가 원한다면 데려와도 좋다고 해주었다. 몇 달 후에 빈에게 들은 얘기는, 내가 일에만 빠져 살면서 항상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콜라 이야기를 하며 정말 오랜만에 밝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빈도 바빴던 시기라 콜라를 데려온다면 우리의 일상에 웃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고양이 용품들을 사고, 침대 아래틈을 막고 밤마다 고양이 관련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콜라를 데려올 날 만을 기다렸다.
2022년 6월 28일, 태어난 지 한 달 된 콜라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소펅이 사무실로 먼저 데리고 왔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 처음 온 콜라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준비했던 밥그릇에 물에 불린 사료를 주었더니 곧 잘 먹었다. 고양이들은 어미 고양이와 떨어지게 되면 대신 엄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애착 담요나 방석이 있으면 좋다는 말을 들어 담요도 준비해 주었다.
처음 콜라를 데려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한 없이 조심스러웠다. 너무 작고 소중해서 덜컥 우리가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나 자다가 깔아 뭉개지는 않을까, 옷무더기에 빠져서 못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만 안고 살았다. 나와 빈에게는 너무 낯설기만 했던 이 고양이라는 종족을 데려왔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했기에 어떤 때는 일보다 콜라를 우선시하였다.
대표님에게 사정하여 2달 정도는 콜라와 함께 출근했다. 아기고양이는 하루에 17시간 이상을 잠만 자기도 하고, 내 자리가 끝 쪽이라 아래에 두고 밥이랑 화장실만 2~3번 정도 챙기면 되었기에 큰 지장은 없었다.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었던 콜라는 그래도 가끔 사무실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관심을 끌어 방해 아닌 방해를 하고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대표님에게 참 미안하다...
지금의 콜라는 6킬로가 넘는 성인묘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다니며 사람 손을 많이 타게 된 콜라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개냥이가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현관까지 달려와 반갑게 맞아주고, 집에 있을 때도 어딜 가나 따라다닌다. 가끔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왜 이제 왔냐고 화라도 내듯이 냅다 소리를 지르고는 한다.
옷과 화장품을 사던 돈을 나는 언젠가부터 콜라의 간식과 장난감에 더 쓰게 되었고, 쉬는 날마다 친구들과 놀기 바빴지만 이제는 일부러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게 되었다. 어디 가서 우리 집 고양이 귀엽다고 자랑하기 바빴고, 내 사진은 안 찍어도 재롱부리는 콜라의 모습을 줄곳 카메라에 담고는 했다.
콜라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la._.cok1
콜라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wnBGyZ0aLFwvr4XdzjMeIw
2년 전 까지는 누군가가 나에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면 안 낳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회인으로서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고, 내가 독립적으로 만들어 갈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거를 시작하고 결혼 얘기들이 오가며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후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콜라를 키우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연인 간의 사랑이나 가족 간의 사랑과는 다른 헌신적이며 이타적인 마음들이 생겨나는 것이 신기했고, 조금의 모성애를 느끼면서 변화하는 내 모습이 재밌었고 흥미로웠다. 아이를 갖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선택이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해보기도 전에 단정 짓고 선택지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나는 오히려 나에게 손해라고 판단했다.
내 커리어를 이어가고 도전을 하는데에 있어서 희생과 포기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출산을 하고 내 아기를 키우면서 알게 될 일생의 부분들이 기대되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어른에 가까워졌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