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리스위드유 May 23. 2024

결혼은 안 했지만, 공동육아 중입니다

구도시 (예비)신혼부부의 일상 5편

연애한 지 3년, 동거한 지 1년 반이 된 우리는 현재 공동육아 중이다.


이 아이? 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생활을 하지만 이제는 정말 가족처럼 느끼고 함께 살고 있다. 사실 나와 이 함께 키우고 있는 이 아이는 고양이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콜라다.



이번 글에는 우리가 콜라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동거인들의 일상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집사로 살게 된 일상을 한 줄로 평하자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처럼 고양이가 왜 세상을 지배하는지 알 법도 하다. 고양이는 정말 위대하다.



어제는 콜라가 태어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어느덧 정말 많이 커버린 우리 아이는 서툰 과 나의 보살핌 때문인지 어느 때부터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하기 시작했다. 화장실이 더럽거나, 물이 떨어졌다거나 혹은 배가 고프면 몸을 비비거나 우렁찬 소리를 내어 운다.


이 글을 읽는 집사님들이 계시다면 아마 우리 콜라는 여느 고양이들과는 사뭇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데, 그게 맞다. 이 아이는 흔하게들 알려진 고양들의 행동과는 많이 다르다. 본성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아마 고양이에 무지했던 우리가 가끔은 사람처럼, 가끔은 강아지처럼 이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나온 결과이지 싶다.



콜라를 처음 만난 날_2022.06.09


나의 첫 회사에서 첫 동료로 만나 지금까지도 유독 가깝게 지내는 분이 있다. 나는 쏘펅이라고 부르니 그렇게 칭하도록 하겠다. 어느 날 쏘펅의 부모님의 앞마당에 길냥이가 자리를 잡고 새끼를 9마리나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굳이 선택하라면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했고, 고양이를 키우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길냥이의 출산 소식은 그저 관심 없는 연예인의 근황마냥 나의 흥미를 끌지는 않았다.


콜라를 처음 만났던 저 날도 외부 출장지가 쏘펅네 부모님의 집과 가까워 지나가던 길에 잠시 들렸던 것뿐이었다. 아기고양이를 처음 봤던 나는 작고 하찮은 크기와 미친 듯이 깜찍한 외모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광대가 아플 만큼 엄마미소를 지으며 지켜보는 그 와중에 새까만 아이가 눈에 띄었다.  9마리의 형제들 중에 혼자만 올블랙이었던 콜라는 첫째로 태어나서 가장 크기도 컸고, 움직임도 많았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위의 영상에서처럼 자꾸만 내쪽으로 다가왔다. 착각일 수 있지만, 나는 그게 그 녀석이 나를 간택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과 함께 산지 2~3달 정도밖에 안 됐을 때라서 함께 고양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논의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고양이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었다. 또한 찾아보니 고양이가 태어나고 3개월까지는 어미 고양이와 지내는 게 좋다 하여 우리는 시간을 더 두고 고민해 보기로 하였다.




콜라와 첫 대면을 한 지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소펅에게서 너무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새끼 9마리 중 막내로 태어났던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고양이에게는 젖이 8개밖에 없어서 잘 못 먹어서 그런 것 같다고 들었다. 게다가 어미 고양이가 밖에 돌아다니면서 이미 많이 마르고 기운이 없는 상태라 이제 젖도 잘 안 나온다는 말에 나머지 고양이들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콜라는 다행히 첫째로 태어나서 가장 건강했고 다른 고양이들과 눈에 띌 정도로 몸도 커있었다. 소펅네 어머니도 콜라는 충분히 커서 어미 고양이랑 떨어져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나는 바로 콜라를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였다.


고맙게도 은 내가 원한다면 데려와도 좋다고 해주었다. 몇 달 후에 에게 들은 얘기는, 내가 일에만 빠져 살면서 항상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콜라 이야기를 하며 정말 오랜만에 밝게 웃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도 바빴던 시기라 콜라를 데려온다면 우리의 일상에 웃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고양이 용품들을 사고, 침대 아래틈을 막고 밤마다 고양이 관련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콜라를 데려올 날 만을 기다렸다.




2022년 6월 28일, 태어난 지 한 달 된 콜라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소펅이 사무실로 먼저 데리고 왔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공간에 처음 온 콜라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준비했던 밥그릇에 물에 불린 사료를 주었더니 곧 잘 먹었다. 고양이들은 어미 고양이와 떨어지게 되면 대신 엄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애착 담요나 방석이 있으면 좋다는 말을 들어 담요도 준비해 주었다.



처음 콜라를 데려왔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한 없이 조심스러웠다. 너무 작고 소중해서 덜컥 우리가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나 자다가 깔아 뭉개지는 않을까, 옷무더기에 빠져서 못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만 안고 살았다. 나와 빈에게는 너무 낯설기만 했던 이 고양이라는 종족을 데려왔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했기에 어떤 때는 일보다 콜라를 우선시하였다.




대표님에게 사정하여 2달 정도는 콜라와 함께 출근했다. 아기고양이는 하루에 17시간 이상을 잠만 자기도 하고, 내 자리가 끝 쪽이라 아래에 두고 밥이랑 화장실만 2~3번 정도 챙기면 되었기에 큰 지장은 없었다.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었던 콜라는 그래도 가끔 사무실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며 관심을 끌어 방해 아닌 방해를 하고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대표님에게 참 미안하다...





지금의 콜라는 6킬로가 넘는 성인묘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다니며 사람 손을 많이 타게 된 콜라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개냥이가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현관까지 달려와 반갑게 맞아주고, 집에 있을 때도 어딜 가나 따라다닌다. 가끔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왜 이제 왔냐고 화라도 내듯이 냅다 소리를 지르고는 한다.


옷과 화장품을 사던 돈을 나는 언젠가부터 콜라의 간식과 장난감에 더 쓰게 되었고, 쉬는 날마다 친구들과 놀기 바빴지만 이제는 일부러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게 되었다. 어디 가서 우리 집 고양이 귀엽다고 자랑하기 바빴고, 내 사진은 안 찍어도 재롱부리는 콜라의 모습을 줄곳 카메라에 담고는 했다.



콜라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la._.cok1
콜라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wnBGyZ0aLFwvr4XdzjMeIw

2년 전 까지는 누군가가 나에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면 안 낳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사회인으로서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고, 내가 독립적으로 만들어 갈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거를 시작하고 결혼 얘기들이 오가며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 후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콜라를 키우게 된 것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연인 간의 사랑이나 가족 간의 사랑과는 다른 헌신적이며 이타적인 마음들이 생겨나는 것이 신기했고, 조금의 모성애를 느끼면서 변화하는 내 모습이 재밌었고 흥미로웠다. 아이를 갖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선택이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해보기도 전에 단정 짓고 선택지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나는 오히려 나에게 손해라고 판단했다.


내 커리어를 이어가고 도전을 하는데에 있어서 희생과 포기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출산을 하고 내 아기를 키우면서 알게 될 일생의 부분들이 기대되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내가 조금 더 어른에 가까워졌을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동거부터 하고 보는 요즘 MZ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