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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하 Jun 20. 2024

영화로 영어학습을?

사실,  입문자가 영화로 영어회화 학습을 시작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영화 선정에서부터 학습방법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로 회화를 공부하고 싶다면, 아래 내용을 염두에 두자.

먼저, 영화 한 편을 정주행 하면 안 된다. 듣기 학습은 곧 발음을 올바로 인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영화 한 편을 한 번에 다 감상하면, 발음보다는 스토리에 빠지게 된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자라면, 내용전개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자막기능까지 켜놓고 읽으면, 최악의 조건이 된다. 한글이건 영어자막이건 듣기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자막을 읽는 순간, 세 사람이 시간차로 같은 문장을 엉켜 말하는 것과 같다. 자막글자, 등장인물, 그리고 속으로 자막을 읽고 있는 자신이 겹쳐 말하며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어느 것 하나 집중할 수 없다. 기억하자. 스토리와 화면보다는, 오직 강세와 인토네이션에 집중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정확하게 인식하려면, 1~2분짜리 짧은 구간 반복으로, 자막 없이 들어야 효과가 있다.

 그다음 단계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종이 스크립트로 확인하며 반복해서 읽는다. (언급했듯이, 자막은 학습에 방해가 된다.) 종이로 된 대사를 읽을 때, 외우려고 하지 마시라. 강세에 집중해서 읽기 연습을 해야 한다. 물론, 잘 안 들리는 문장의 의미도 파악해야 한다. 받아쓰기도 훌륭한 듣기 방법이지만, 자칫 지루함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어느 정도 유창하게 읽을 수 있는 단계가 되면, 그다음 1~2분 분량의 대화를 끊어서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면 된다.

추전 하고 싶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나, 가족 영화 등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발생하는 상황설정이 많은 영화다. 시트콤이 영어학습에 가장 알맞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리하면,
1. 영화 한 편을 정주행 하지 마라.
2. 자막기능을 꺼라
3. 종이 스크립트를 활용하라
4. 외우려 하지 말고, 강세 위주로 따라 읽어라
5. 로맨틱 코미디, 가족 영화, 시트콤 등을 택하라

덧붙임. 영화 영어학습을 추천하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대화 진행 방식이다.
영화는 다분히 상업적이다. 돈이 될 만한 대사를 주고받아야 흥행에 성공한다. 예컨대,
"어디 가?(Where are you going?)"라고 물으면, 현실에서는 "학교에 가(I'm going to school.)"라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어디가?"라고 물으면, "신경 꺼!(None of your business!)"라든가, "오늘은 끝장 봐야지.(I'm gonna get it done.)"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 현실에서 영화와 같은 대화가 이루어질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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