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담 01
아이가 7살 때 캠핑을 시작했다. 코로나 바로 직전이었던 것 같다. 첫 캠핑은 여름이었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캠핑장에 전화를 하니 취소는 불가하다고 해서 캠핑장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이 아빠는 토요일에도 근무를 하니 아이와 둘이 가는 캠핑이었다. 텐트를 치는데 경량 텐트임에도 불구하고 텐트가 물을 먹어 죽을 고생 하며 텐트를 쳤다.
다행히 타프가 반절은 있는 캠핑장이어서 아이는 그 밑에서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어 마음은 편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텐트를 치고 아이와 함께 닭백숙을 끓여 먹었다. 물론 파우치다. 그 맛이 진짜 백숙집에서 사 먹는 맛보다 훨씬 꿀맛이었다. 맥주 한 캔과 백숙을 먹고 주변을 돌아보니 비가 많이 와서 수풀에 빗방울이 잔뜩 맺혀 있었다. 그 풀내음이 너무 좋았다.
나의 첫 캠핑장 기억은 그렇게 비와 함께 시작되었고 갈 때마다 거의 비가 내렸다.
비가 그치고 오후가 되어 장작을 태워 불멍을 시작했다. 지금도 누가 캠핑 왜 다니느냐고 묻는다면 고민 없이 바로 불멍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장작 타는 타닥타닥 소리가 너무 좋았고 그 뜨거운 불 앞에 몸을 지지는 느낌도 좋고, 특히 나무 타들어가는 불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캠핑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고 거의 매주 캠핑을 갔다. 주말에 쉬지 않는 남편을 두고(쉬는 날이라고 해도 캠핑 가는 걸 이해하지는 못했고 고기 구워 먹는 것만 좋아했다) 아이와 둘이서 아니면 친구들과 캠핑을 가서 수영도 하고 물고기를 잡고, 메뚜기, 잠자리 등 다양하게 잡으러 다녔다. 그리고 각종 액티비티를 즐겼다. 캠핑장은 많은 시설들이 되어 있어 좋았다. 사람들에게 호텔보다 캠핑장이 좋다고 강요했고, 호텔을 다니는 친구들을 안타깝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특히 캠핑장에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맥주를 즐겨마시는데 캠핑장에 가면 취하지 않아 더 마시는 듯했다) 텐트를 여는 순간 맑고 시원한 공기가 가슴으로 확 들어온다. 그때 들숨으로 확 들어오는 개운한 공기. 그 공기의 기운은 겨울에는 더욱 좋았다.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신다. 추우면 새벽부터 장작을 태운다. 그때 마시는 커피의 향은 어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향기롭니다. 믹스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깊이가 있게 느껴진다.
커피 한 잔으로 세상 모든 행복을 내가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아이가 크면서 스케줄상 2박 3일은 어려워져서 캠핑을 자주 다니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가끔 캠핑장에서의 불멍과 새벽공기, 커피 향이 그립다.
캠핑을 이제 다시 간다면 혼자 조용히 가고 싶다. 천천히 밥도 해 먹고 산책도 하고 경치를 바라보며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해먹도 타고 싶다. 그리고 당연히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여유로운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
다시 캠핑을 하게 될 날이 오겠지? 창고 가득 텐트를 보며 저걸 언제까지 이고 지고 살아야 할까 생각도 하지만 아마도 못 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