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솔 Jun 01. 2024

껍데기 찬가

냉장고에서 달걀을 꺼냈다

얼어있었다

이리저리 보니

실금이 가 있다


그 얇고 얇은 달걀 껍데기는

냉장고의 찬 기운에서

달걀을 보호하고 있었다


엄마는 당신은 껍데기이고

나는 알맹이란다

찬 기운을 맞서는 것도 마다않고

알맹이로 기뻐하셨다


어릴 적 외가댁에서 잘 놀다가도

밤만 되면 집 생각에 울먹거렸다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

신바람이 났다


엄마가 당장 보이지 않아도

엄마가 있는 집은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했다


이제 엄마 집과 나의 집이 있다

밤이 되어도

며칠 통화를 안 해도

몇 달 동안 보지 못해도

울먹거리지 않는 무심한 알맹이다


여전히 나의 보호막은

알맹이가 먼저다

이제 알맹이도 보호막을 받쳐주고 싶다

배운 사랑대로 오래오래

작가의 이전글 존재의 소중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