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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솔 Aug 15. 2024

별은 어디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 보여?

어두운 하늘에 눈이 적응할 때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별을 되뇌다 보면  아스라이 가슴을 저미는 별 헤는 밤의 윤동주 시인의 시나 '벨 헤는 밤이면'으로 시작하는 유재하 가수의 노래가 떠오른다.

별을 보며 너무 많은 이들이 너무 대단한 작품들을 남겼그럼에도 계속하여 별을 노래하는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별에는 우주만큼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이 별로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까? 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같이 보는 사물에도 수없이 많은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나만의 소소한 별이야기를 푸는 것도 의미 없지는 않을 테니 용기를 내보자.



어둠이 커튼처럼 온 마을을 덮으면 가로등도 없는 빈 공간은 바로 하늘과 맞닿아 있게 된다.

둥그런 하늘이 짙은 남색을 띠고 어쩌다 엄마와 함께 나서거나 들어오는 저녁길에 크고 작은 수없이 많은 별들이 까무룩 했다가 다시 지피기를 반복하며 반짝거린다. 별자리를 찾아보다가 멀리서 떨어지는 별똥별도 신기하지 않게 보일만큼 잦은 일이었다.  펼쳐진 논 위로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 진하고 흐린 그 공간을 천혜의 보석이 가득찬 별  아래에서 병풍처럼  쳐진 산등성이 옆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 사이로 엄마와 끝말잇기를 하며 몇  안 되는 마을의 은은한 불빛도 어린 눈에 무심히 들어왔다.

이것이 내 기억의 별과 함께 펼쳐지는 정경이다.


세월이 흐르는 것보다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의  바로미터처럼 밝아진 요즈음

한 밤에도 끌 수 없는 인공의 빛들에 별들은 눈을 씻고 보고 또 봐도 찾기 힘들다. 팔로 빛을 이리저리 가리고 보게 되는 몇 개 안 되는 별들에도 반가움에 목을 더 뒤로 뒤로 꺾고 별들을 찾는다.

이제는 빛이 없는 곳으로 높은 곳으로 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가서 봐도 볼까 말까 한 별, 오죽하면 국외여행 코스로도 심심치 않게 광고를 하는 별!


인터넷 검색을 하여 여행길에 국내 별이 잘 보인다는 곳을 일정에 넣어 남편과 갔던 적이 있었다. 구름이 많은 날이었으나 여기까지 와서 시도도 해 보지 않는 것이 아쉬워 깊어지는 밤 별을 보러 나섰다. 한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껌껌하고 좁은 구불구불한 길을 불안한 마음 꾹 누르고 차를 몰고 가다가 다시 산으로 구불텅한 길을 계속 또 가다가 대략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것 같다고 느낄 즈음 내비는 길도 아닌 것 같은 가파른 길로 우회전하라고 하였다. 이런 곳이나 되어야 별이 보이는 건가 막연히 생각하며 핸들을 꺾어 올라갔다. 거기부터 길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차 하나 간신히 지날 수 있는 밭 옆의 길을 도저히 꺾일 수 없는 각도로 꺾어가며 올라가는데 빛은 차 불빛 외에는 없는 곳에 포장도로인지 비포장도로인지 경사는 더 급해지고 폭은 좁아지는 길에 깔깔한 모래를 비비며 차는 위태롭게 비틀거렸다. 혹여나 앞에서 다른 차가 올까, 길이 가다 끊기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며 질질 끌려가듯 가던 그 길이 거의 산꼭대기 같은 곳에서 포장도로가 끝이 나고 어디서 돌려야 할지 막막한 막다른 곳에 다다르고야 말았다.

차 불빛에 비친 이정표에는 “매애애”하며 염소울음소리를 환청으로 들려주듯 '해돋이 전망대'라고 씌어 있었다. 별을 보러 올라왔더니 해돋이라고? 내비가 전망대만 제대로 알아들었지 별을 보고픈 나의 마음은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이겠지만 그래도 원망스러웠다. 그곳에 빈 공간을 찾아 차를 뒤로 반쯤 돌려놓고 남편은 짜증인지 화인지 애매한 목소리로 “빨리 봐”라고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이나 말을 할 여유도 없이 차창을 열었다. 풍력발전기인지 거구의 흰색기둥의 바람개비가 바람을 가르며 거칠게 돌아가는 “슉 슉” 소리와 함께 하늘에 펼쳐져 있던 아니 하늘을 가린 구름 사이로 오른쪽에 별 하나 왼쪽에 별 하나가 진짜 반짝거렸다. 산 위에서 봐서 그런지 반짝 보다는 번쩍거리는 느낌이었다.

산 위 까만 하늘에 허옇고 큰 구름 그 사이에 큰 별 하나 그리고  괴기스러움의 끝판왕 “슉 슉 슉”

아무리 봐도 다른 별들은 보이지 않았다. 별을 보지 못한 아쉬움도 컸지만 곧 무엇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 으스스한 분위기와 경사진 그곳에서 빨리 나오고 싶어 차를 돌려 아래로 내려갔다. 농로와 같은 그 난코스를 내려와 제대로 포장된 도로를 만나고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섰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안도감과 함께 멀미 나듯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잠깐 바깥바람을 쐬고 다시 구불구불하고 불빛도 제대로 없는 그곳을 20여 분간 울렁이는 속을 살살 달래며 왔던 악몽과도 같았던 별여행이여.    

 


남편은 그것으로 별에 대한 미련이 없어질 것이라고 정녕 그렇게 생각한 것일까? 별을 제대로 본 것도 아닌데? 이후로도 내가 별 얘기를 하거나 하늘에서 별을 찾으면 “별~..” 하며 지난번에 보고 또냐며 용감한 외마디 농담으로 핀잔을 자초한다. 이것은 흡사 제2의 ‘앵두’다.

이번 여름 여행에도 별을 보고자 하는 내 의지를 “별~..” 하며 별거처럼 치부하다가 내게 한 소리를 들었다. 젊을 때라면 괜히 서러워 눈물이 찔끔 나왔을지도 모르고 치사해서 아님 울먹일까 봐 말 자체를 삼켰을지도 모를 테지만 이젠 아니다. “앵두는 되돌릴 수 없지만 별은 아직 자기에게 기회가 남았다고~아부지(이것은 남편의 애칭?ㅎㅎ)”     

그런데 만회의 기회가 우연찮게 찾아왔다. 남해의 한적한 숙소 허름한 듯 세월이 느껴지는 그곳에는 해돋이를 보는 투숙객을 위해 옥상문을 개방해 놓고 있었다. 옥상 문이 개방되어 있다는 남편의 소리에 오늘 같이 맑고 달이 손톱만 한 날 별이 잘 보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한 밤에 남편과 옥상을 향했다.

“뭐.. 보여?” 남편이 물었다.

어두운 하늘에 눈이 적응할 때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별이 보인다. 그 옆에도 어 이쪽에도 저쪽도 있네! 뻥 뚫어진 것 같은 바닷가 마을 하늘에 여기저기 크고 작은 별들이 주파를 던지듯 반짝이고 있었다.

남편도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사뭇 감탄의 말을 내놓을 정도니 어릴 적만큼은 아니어도 그 이후 본 최고로 많은 별들이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빙 돌며 내 눈에 무심히 들어온 남편, 이제 앞으로는 반짝이는 별들 아래 남편과 함께 감탄했던 이 모습이 또 하나의 별의 기억이 되겠구나!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방으로 들어와 낡은 에어컨에서 톡.. 톡..  떨어지는 물이 받쳐놓은 통 안의 수건에 떨어지는 소리를 밤새도록 들으며 자도 기분 좋은 밤이었다.


별은 몇 광년 전에 발한 빛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는데...

이제 보니 아직도 우리 화장대 위에 있는 작은 액자에 신혼여행 때  사진과 함께 연애할 때 내가 보냈던 엽서가 끼워져 있다.

이제 글자도 빛이 바래 희미해져 가는 그 엽서의 내용을 여기에 옮겨 기록해 본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
우리가 보기에는 바로 이 순간
나를 보며 초롱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지금 내 앞에
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몇 천년 몇 만년 전에 벌써 자신의 빛을 발한 별들.
얼마나 먼 거리에서 반짝인 것일 텐데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예(여기)까지 온 걸 보니 정말 대단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빛을 발하고 있겠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정말 멋진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그런데 오늘 이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전화나 직접 만나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얼마 간 뒤에야 볼 수 있는 편지도 별과 같은 아름다움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야.
내가 내 마음을 글로 쓰며 지금 바로 이 글을 네가 보지 못한다 하여도 난 지금 네게 말하듯 마음을 적어가고 넌 바로 지금이 아니라 얼마 뒤에야 이 글을 보지만
보는 그때 비록 거리를 두고는 있지만 날 앞에 둔 듯이 날 만나잖아.
그런 마음과 생각으로 처음 발산한 빛보다 더욱 영롱한 서로를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 가요!

(남편이 제대를 한 달 정도 앞둔 군복무 시절에,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된 시기의 편지내용이라 어설픈 표현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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